김희석 농협생명 부사장 “당장 수익률보다 자산운용 시스템 갖추겠다”
입력 2016.09.05 07:00|수정 2016.09.05 10:36
    [인터뷰] 농협생명, 해외채권 다변화 추진
    대체투자 올해 6000억~7000억원 목표
    농협금융, 자산배분 시스템 구축
    "자산운용 명가로 거듭날 것"
    • 농협생명이 출범 5년 만에 자산규모 60조 업계 4위 보험사로 거듭났다. 파죽지세의 성장세다. 하지만 최근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IFRS4 2단계 도입 및 건전성 규제 강화로 ‘양적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 떨어지는 운용수익률도 고민거리다. 지난해 1분기 4%에 이르던 운용수익률은 올해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평균인 4.1%에도 크게 못 미친다. 그럼에도 서대문 사무실에서 만난 농협생명 자산운용을 책임지는 김희석(사진) 부사장(CIO)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는 인터뷰 초반부터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려진대로 그는 국민연금 대체투자실장과 한화생명 대체투자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업계에서 인정받는 대체투자 전문가다. 보험사들이 대체투자로 운용수익률 올리기에 혈안이 된 마당에 오히려 그는 좀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자산운용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협생명 자산운용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어떻게 전략을 짜나?

      “보험회사는 운용수익률 제고는 물론 보험판매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일본의 일부 보험사는 저금리 상황에서 운용수익률 제고에 포커스 맞춰 어려움에 처했다. 우리나라 보험사에 시급한 것은 운용수익률 높이는 것이 아니다. 자산과 부채를 매칭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ALM(자산부채관리)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보험사는 일부 외국계 말고는 없다.”

      -보수적으로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당장 대체투자 늘리기 보다는 다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채권의 지역적인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안정적인 미국 회사채, 유럽 금융기관 채권, 중국 공기업 채권 투자에 나섰다. 현재 해외채권이 전채자산의 18~19%까지 차지한다. 대체투자도 섣불리 하면 안 된다. 작년 1년을 준비해서 올해 대체투자 시작했다. 올해 6000억~7000억원 수준 정도 예상하고 있다.”

      -그럼 어떤 쪽으로 대채투자 하나?

      “ 인프라나 부동산 시니어론, 미국 기업 시니어론 투자 등을 생각하고 있다.”

      -농협생명의 자산-부채 듀레이션 문제는 어떤가?

      “우리는 확정금리로 팔아 놓은 게 없어서 부채 듀레이션이 상대적으로 짧다. (농협생명의 올해 상반기 부채 듀레이션은 3.94년으로 삼성생명 부채 듀레이션 6.5년, 한화생명 7.07년 대비 짧다.) 따라서 자산과 부채를 매칭하는데 문제가 없다.”

      -농협생명 자산운용 부문에서 고쳐야 할 점은?

      “과거에는 주먹구구식 자산운용이 많았다. 과거에는 의사결정이 탑다운(Top-down)이 아니라 바텀업(Bottom-up)으로 진행됐다.. 직원들이 자기가 자산운용 전체를 하니깐 숲을 안 봤다. 숲이 무너져가는데 숲은 안보고 나무만 보고 있었다. 변화하려고 하는 핵심은 직원들이 개별 종목은 쳐다보지 말라는 거다. 시장흐름 즉 숲만 보라는 거다.”

      -숲을 보는 조직을 만들었나?

      “운용기획부 내에 자산배분 파트를 만들었다. 세 사람이 파트를 나눠 주식-이코노미, 채권, 시장흐름을 본다.”

      -농협생명 뿐 아니라 농협금융 CIO로서 역할은 무엇인가?

      “농협금융의 투자성 자금은 은행이 20조, 생명 60조, 손보 5조 총 85조 정도다. 이게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판단을 해야 하는데 과거 이게 안 이뤄졌다. 여기 와서 한 일은 탑다운 방식으로 제대로 배분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다음 운용결과에 대한 평가를 했다. 위탁운용을 지시했다. 위탁운용사 선임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어떻게 앞으로 잘 할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수 있나?

      “통상 대부분 금융사들이 위탁운용사 선택할 때 1년, 3년 수익률 본다. 운용사 수익률은 잘 한지 3년이 지나면 꺾인다. 3년간 못 한 운용사를 뽑을 수 없으니 잘 한 운용사 중에서 수익률 흐름을 본다. 첫해엔 1을 하고 3년차에 5를 해서 3이 나 온 건지 첫해엔 5를 하고 나중에 1을 해서 3이 나온 건지 방향성 흐름을 보고 판단한다.

      지금 나의 핵심과제 중 하나는 새롭게 출범한 NH-아문디자산운용을 키우는 거다. NH-아문디는 지난 5월 NH-CA자산운용이 사명을 변경한 것으로, 농협금융이 지분 70%, 프랑스계 자산운용사인 아문디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NH-아문디 자산운용은 어떻게 키울 생각인가?

      “NH-아문디 조인트벤처다. 국내에서 이렇다 하게 성공한 조인트벤처 자산운용사가 없다. 우리도 그간 아문디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활용하자 했는데 잘 안됐다. 지분도 늘리고(지난해 농협금융이 NH-아문디 자산운용 지분을 60%에서 70%로 늘림), 아문디도 더 열심히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운용은 삼성자산운용에서 하고 생명은 보험영업 중심의 분업화로 가는데, 조인트벤처는 이런 모델에는 안 맞는 모델 같은데?

      “글로벌 추세는 분업화다. 삼성과 한화도 자산운용 및 관련 인력 등을 모두 따로 뺏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삼성 한화 모델 가져가기는 어렵다. 지분 관계도 있고 해서 그렇다. 일단은 먼 얘기. 당장은 NH-아문디 자산운용역량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이것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계획은?

      “우린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다른 보험사 대비) 질을 좋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런 면에서 농협생명에는 기회가 있다. NH-아문디를 키워서 자산운용의 명가가 되자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