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현대證, 급여 차이 조정 고민...윤경은 사장 '셀프성과급' 때문
입력 2016.09.06 07:00|수정 2016.09.07 11:33
    윤경은 현대證 사장 상반기 성과급만 20억원
    전병조 KB證 사장과 10배 안팎 차이
    임직원 성과급도 크게 끌어올려
    업계 일각 "연임 어렵다 보고 성과급 잔치했나"
    • 현대증권이 KB금융지주 완전자회사로 편입을 앞둔 가운데, 통합 후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급여시스템이 어떻게 정리될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두 회사의 경영진 등 임원들의 급여 간극이 너무 크다보니 조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윤경은 사장은 올 상반기 상여급 20억원을 포함, 총 23억5100만원의 급여를 챙겼다. 또 지난해에도 포상금 6억원을 포함한 15억4600만원의 급여를 지급받았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고 대우 수준이다. 급여에는 2014년 흑자전환에 대한 포상금 6억원이 포함돼 있었다.

      윤 사장의 이런 급여는 알려진대로 본인이 위원장으로 참여한 '보상위원회'를 통해 스스로 대폭 인상한 것으로 평가된다. '셀프성과급'이라는 강력한 비판에도 불구, 이미 1분기에 23억원 이상의 급여를 모두 챙겨갔다. 노동조합 등이 나서 "성과급을 모두 반납하라"고 나서도 묵묵부답인 상태.

      윤경은 사장은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급여 체제도 바꿔놨다.

      이전까지 현대증권은 기본급 비중이 높고 성과급 비중은 비교적 낮은, 전형적인 대형 증권회사의 급여체제를 따랐다. 그러나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 등을 통해 수익을 내며 성과급 비중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해당 본부는 작년 말 100억원대 성과급이 지급됐다. 특정 본부장급 임원은 50억원이 넘는 성과급을 챙겼다는 후문이다. 2014년 7400만원이었던 현대증권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9700만원으로 31%나 올랐다.

      반면 KB투자증권은 정반대 상황이다.

      KB투자증권 전병조 사장의 급여는 윤경은 사장 급여의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 사장의 연봉은 올해는 물론 지난해에도 5억원 미만이어서 실제 받는 돈이 얼마인지 아예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KB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전 사장과 김동철 감사위원 등 두 명의 등기임원에게 총 3억5121억원을 지급했다고 신고했다.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7560억원 수준이다.

      전병조 사장의 성과급은 KB금융지주의 평가 및 관리를 받는다. 계열사간 형평성도 일부 고려된다. 현대증권처럼 실적이 개선됐다고 이사회에서 대규모 성과급을 책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KB투자증권 직원들의 연봉도 오름폭이 크지 않았다. 2014년 7800만원으로 현대증권보다 조금 높았던 KB투자증권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8000만원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결과적으로 현대증권의 평균 연봉이 KB투자증권보다 20% 이상 많다.

      통상 두 개 증권사가 합병될 경우, 상대적으로 급여체계가 높은 증권사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우리투자증권-NH농협증권 합병 때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KB투자증권-현대증권의 경우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재직 과정에서 일회성 요인을, 자의적인 판단아래 급여를 올린터라 이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두 증권사의 실적도 별반 차이가 없다. 올 상반기 실적만 따지면 현대증권의 상반기 순이익 규모는 358억원, KB투자증권은 285억원이었다.

      또 현대증권은 최근 호실적이 매우 위험한 바탕 위에 쌓아올려졌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지난해 현대증권 호실적의 일등공신은 기업금융(IB) 부문으로, 2014년 대비 830억원이나 증가한 124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중 상당부분이 부동산PF 관련 매입약정 및 신용보강을 통해 창출됐다. 이로 인해 현대증권의 우발채무는 급증세를 보였다. 현대증권의 건설사 및 시행사 지급보증액은 2014년말 2조462억원에서 지난해말 2조7549억원으로 34% 늘어났다.

      이는 만약 건설사나 시행사가 금융환경 급변으로 돈을 갚지 못하면 현대증권이 물어줘야 할 부채다. 추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이익인 것이다. 윤 사장은 상반기 성과급을 받은 다른 증권사 사장들과 달리 성과급 이연 지급 조건을 붙이지 않고 전액 일시에 수령했다.

      두 증권사 급여체계 문제는 단순히 올리느냐, 낮추느냐 문제가 아닌 조직통합 과정의 '전초전'으로 불릴 가능성도 언급된다. 기존 증권사 시스템을 인정하느냐, 철저히 무시하느냐의 시금석인데다 직원 통합과도 연계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금융지주 역시 현재로선 이 문제에 대해 이렇다할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성과급 지급시점이 KB금융이 인수하기 이전에 마무리된 사안이어서 되돌리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대로 인정하자니 계열사간 형평성 문제와 공정성 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경은 사장이 매각을 앞두고 향후 통합 증권사 사장직은 어렵다고 판단, 연임을 포기한 '마지막 성과급 챙기기'를 한 것 아니냐"며 "현대그룹의 느슨한 개입과 간섭 속에서 이런 결정이 가능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