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 너무 높다" ...CVC, 로젠택배 인수전 발 뺄듯
입력 2016.09.07 07:00|수정 2016.09.19 09:58
    매각가 4000억원대 요구에 CVC캐피탈 "너무 높다"
    고무줄 매각 일정 "특정 원매자 고려했다" 불만
    "CVC캐피탈, 인수 추진 철회 방향…매각측에 통보만 남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관망'…칼라일그룹만 남을 수도'
    • 국내 택배시장 4위 기업 ‘로젠택배’ 인수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또 흔들리고 있다. 유력 인수후보인 CVC캐피탈파트너스가 인수 전에서 짐 쌀 준비를 하고 있다. 매각자인 베어링PEA와 매각주관사인 JP모간이 높은 매각가를 고수하고 있고 새로운 인수 후보 등장과 일정 연장 등으로 매각측에 대한 신뢰도 깨져 더 이상 인수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VC캐피탈은 매각가로 최소 4000억원 이상을 원하는 베어링PEA와 가격 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인수 추진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VC캐피탈에 정통한 관계자는 "매각측이 원하는 가격이 너무 높고, 협상의 여지도 없다고 판단해 CVC캐피탈이 인수 추진을 철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매각 측에 통보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가격 부분에서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며 “베어링PEA가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한 CVC캐피탈이 다시 나설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1차 매각에서도 인수후보들은 적정 인수가로 2000억원대 중반을 책정해 매각 진행이 중단됐다.

      CVC캐피탈은 EY한영을 매수주관사 및 회계자문사로 선정했고, KEB하나은행을 인수금융주선사로 선정하는 등 인수 의지 측면에서 진정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꼽혀왔다. 올해 3월 열린 1차 매각에도 참여했다. 당시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숏리스트에 오른 UPS·DHL·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인수 추진 중단을 선언하면서 1차 매각이 실패로 끝나자 CVC캐피탈은 매각주관사와 협의해 인수를 추진해왔다. CVC캐피탈 한국을 이끌고 있는 임석정 회장이 직전 JP모간 한국 대표였던 인연도 영향을 줬다.

    • 우호적인 관계에서 시작한 2차 매각은 다른 인수 후보의 등장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도 곧장 합류하며 2파전으로 진행되다 돌연 칼라일그룹(Carlyle Group)도 등장했다. 모양새는 글로벌 PEF간 인수 경쟁이지만 인수 후보자, 특히 CVC캐피탈 입장에선 기분이 좋을 리 없는 상황이 됐다. 뿐만 아니라 8월말에 최종 인수 가격과 조건을 제시받기로 했던 일정도 9월 추석 이후로 바뀌었다. 칼라일그룹에 대한 배려였다.

      앞서 한 관계자는 "매각측이 인수 경쟁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원매자를 끌어들이면서 거래 일정을 변경했다"며 "이런 모습이 기존 인수 후보인 CVC캐피탈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에 좋게 받아들이져기 어렵고 매각측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역시 아직까진 인수 후보로 남아있긴 하지만 CVC캐피탈과 마찬가지로 매각측이 요구하는 가격과 매각 진행에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IB업계에선 로젠택배 인수전은 뒤늦게 뛰어든 칼라일그룹만 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칼라일그룹은 KB국민은행을 인수금융 주선사로 선정했다.

      베어링PEA는 2013년에 미래에셋운용PEF로부터 로젠택배를 1580억원에 인수했다. 한 차례 투자목적회사 자본재구조화를 통해 500억원 가량을 먼저 회수했다. 매각대상 지분은 로젠택배 지분 100%와 KGB택배 지분 75%다. 매각에 실패할 경우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 회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