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베트남 투자 '대안 시장' 첫걸음
입력 2016.09.08 07:00|수정 2016.09.08 07:00
    [Weekly Invest] 베트남 기반 자회사 국내 상장에 해외투자자 '큰 관심'
    유동성 적은 베트남 투자 단점 보완 가능
    삼성전자 등 진출 기업 많아 향후 전망도 긍정적
    • 최근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IR)를 진행한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예상보다 훨씬 많이 밀려드는 미팅 요청에 응대하느라 진땀을 뺐다. 대부분 싱가포르·홍콩 등지의 '베트남 인베스터'(투자자)들이었다. 성장성 좋은 베트남에 사업 기반을 둔 기업이 유동성 좋은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고 하자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런 흐름은 베트남 소재 자회사를 묶어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 LS전선아시아 상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법인의 국내 상장이 베트남 증시의 취약성을 보완해줄 '대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5년간 베트남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9%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5.5% 성장했다.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베트남을 눈여겨보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 베트남 '증시' 투자는 '고위험 투자'로 통한다. 베트남 증시의 유동성 부족과 빈곤한 규모 때문이다.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은 현재 80조원 안팎이다. 국내 증시(약 1400조원)의 18분의 1 수준이다. 올해 하루 평균 거래액은 1200억여원 수준에 머물렀다. 309개 상장 종목 중 하루 20억원 이상 거래되는 종목이 20여개에 불과하다.

      외국인 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3.6%. 싱가포르·홍콩·대만 등 화교계 투자자 비중이 3분의 1에 달한다. 이들은 시차가 1시간 정도로 가까운데다 성장성이 높은 베트남 시장에 오랜 기간 투자를 해왔다.

      이들에게도 베트남 증시의 유동성이 고민거리였다.  시장 규모가 작은데다 금융부문 개혁 속도도 더뎌 공격적인 투자는 물론, 투자 회수 방식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단점이 부각되며 올해 베트남 증시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세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등장한 테마가  '베트남 사업체 +국내 증시 상장'으로 꼽힌다. 화승엔터프라이즈나 LS전선아시아 모두 SPC로 국내에 법인을 두지만, 실제 사업체는 베트남에 있다. 베트남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면서도 거래는 유동성이 훨씬 좋은 국내 증시에서 할 수 있다.

      해외기업 국내 증시 상장 유치를 꾸준히 추진해온 한국거래소가 이에 고무되어 있다.

      사실 거래소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문제시된 이후 그간 ▲2차 상장(해외 증시 상장사 유치) ▲글로벌 100대 기업 상장 ▲동남아시아 기업 상장 등을 꾸준히 추진해왔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국내 대기업의 해외 자회사를 국내 증시에 유치하는 방안을 작년부터 본격 검토해왔고 가시화가 되기 시작한 때문이다.

      거래소는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풀(pool)을 넓힐 수 있고, 추후 비슷한 기업들이 많아지면 따로 지수 구성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시장이 커지면 다른 대기업들의 베트남 법인 상장 가능성도 높아진다. 삼성전자 베트남 자회사가 대표적인 예상주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자회사인 SEV는 올 상반기 1조3859억원, SEVT는 1조399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들이 상장을 추진할 경우 조 단위 빅딜(big-deal)이 된다. LG전자 베트남 자회사 LGEVH도 올 상반기 645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런 기업들이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면 베트남에 관심있는 해외 투자자들을 국내 증시로 끌어들일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이미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해있고 금융사 및 중견기업의 진출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며 "물꼬만 잘 트이면 증시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