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캐피탈, 국내 4위 택배사 로젠택배 인수한다
입력 2016.09.12 18:53|수정 2016.09.19 09:54
    거래가격, 3200억원 내외…"올해 예상 EBITDA 11배 수준"
    임석정 CVC캐피탈 회장 첫 기업경영권 투자
    김한철 베어링PEA 한국 대표 첫 경영권 투자 회수
    "지난 주말 협상 급물살"…베어링PEA 눈높이 낮춰
    베어링PEA 1600억원 투자해, 3700억원 회수
    • 사모투자펀드(PEF) CVC캐피탈파트너스가 국내 4위 택배기업 로젠택배를 인수한다. 임석정 전 JP모건 한국 대표가 CVC캐피탈에 합류한 후 첫 번째 기업 경영권 투자이자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 한국 투자를 이끌고 있는 김한철 대표의 첫 번째 경영권 투자 회수다.

      인수가는 베어링PEA가 당초 기대했던 수준보다는 1000억원 정도 낮은 3000억원대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젠택배는 미래에셋운용PEF와 베어링PEA에 이어 3번째 사모펀드 대주주를 만나게 됐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VC캐피탈과 베어링PEA는 로젠택배 지분 100%와 KGB택배 지분 75%를 3000억원대 초반에 거래하기로 합의하고 세부 조건에 관한 협상도 일단락 졌다. 거래 관계자들은 13일에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거래가격은 올해 예상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10배~11배 수준인 32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CVC캐피탈은 우리나라 이커머스(e-Commerce)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PEF가 투자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로젠택배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한다. 이 같은 인수 추진 동기는 다른 PEF들도 마찬가지였다.  CVC캐피탈과 차이는 끝까지 인수전에 남아있었냐 여부 정도였다. 한때 로젠택배 인수를 추진했던 PEF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관련 택배시장은 역으로 상위 4개사로 재편됐다”며 “로젠택배는 4위 업체지만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자, 영업이익률 등에서 상위 3개사에 밀리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지난 주 초만해도 CVC캐피탈은 로젠택배 인수 추진 철회를 심각하게 검토했다. 베어링PEA가 매각가로 4000억원대를 고수했고,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칼라일그룹(Carlyle Group)을 배려하는 듯한 움직임도 있었기 때문이다. CVC캐피탈에 정통한 관계자는 “인수 추진 중단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매각측 관계자도 “당시에는 CVC캐피탈이 가격 조건 등에서 따라올 생각을 하지 않아 칼라일그룹이란 대안을 생각했다”고 전했다.

      협상이 다시 시작된 건 지난 9일 오후부터다. 베어링PEA는 CVC캐피탈에 협상 재개를 요청했다. 주말 내내 진행된 협상은 베어링PEA가 매각 가격 및 거래 조건 등에서 눈높이를 낮추면서 급물살을 탔다. 베어링PEA가 그고수했던 매각 조건을 낮춘 배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IB업계에서는 매각 장기화에 따른 피로 누적, 추석 연휴 이후 우리은행 지분 과점주주 구성 거래가 시작되는 점 등을 거론하고 있다. 로젠택배 인수는 기업실사 및 자금조달이 일단락됐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이 이뤄지면 무난하게 거래가 끝날 전망이다.

      CVC캐피탈은 EY한영을 매수주관사 및 회계자문사로, KEB하나은행·삼성증권·하나금융투자를 인수금융 주선사로 선정했다. JP모간은 베어링PEA에 매각 자문을 제공했다.

      베어링PEA는 이번 매각으로 최소한 투자 자본금의 2.5배 가량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에 미래에셋운용PEF로부터 로젠택배를 1580억원에 인수한 후 2014년 말에 투자목적회사 자본재구조화를 통해 500억원 가량을 먼저 회수했다. 이번 매각으로 차입금 1050억원을 상환해도 순수하게 손에 쥐는 돈이 무려 2000억원 이상이 된다.

      임석정 회장은 로젠택배 인수로 취임 후 1년간의 투자 공백을 해소했다. 임 회장은 1995년부터 20년간 JP모간 한국대표를 역임하며 국내 자본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다 지난 9월 세계 6위 PEF인 CVC캐피탈로 자리를 옮겼다. 전 세계에 네 자리뿐 투자위원회 위원과 글로벌 파트너 직위를 부여 받았다. CVC는 이번 인수 이후 추가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NH-글랜우드PE가 매각하는 동양매직에는 본입찰적격후보로 선정돼 있으며 우리은행 과점주주 참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