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명암…자리잡은 ‘CEO’ 부진한 ‘승계작업’
입력 2016.09.13 07:00|수정 2016.09.19 09:06
    이재현 회장 사면됐지만 당장 복귀 어려워
    주력 계열사들 모날 것 없는 실적 유지
    잇따른 M&A 참여로 관련산업 학습中
    투자자 “가장 시급한 건 승계문제”
    • CJ그룹에 대한 평가는 명암(明暗)이 확실하다. 오너 리스크가 ‘상수(常數)’가 됐지만, 주력 계열사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거의 진행되지 않은 승계작업이 걸림돌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없었던 4년간. 주력 계열사들은 모나지 않은 실적을 유지했다. 개별기준으로 CJ제일제당은 최근 3년간 4조5000억원대의 매출, 31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2012년 3000억원대였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000억원대로 접근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성장세는 더욱 뚜렷하다. 매출은 4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1000억원대, EBITDA는 2000억원대에 접어들었다. 또 다른 사업 축인 CJ E&M은 실적 면에선 부침이 있지만 영향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게 됐다.

    • 전반적인 외형은 유지되고 있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게 투자자들의 우려 중 하나였다. 최고 결정권자가 없다 보니 인수합병(M&A)과 같은 전략적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CJ그룹의 M&A시장 참여도를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미국 UTI월드와이드, 2014년 싱가포르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해부턴 M&A와 지분 인수로 중국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엔 말레이시아 종합물류기업인 센추리로지스틱스(CENTURY LOGISTICS) 지분을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CJ CGV는 지난 4월 터키의 영화관 체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MARS)를 인수했다. 지금은 한국맥도날드와 동양매직 인수전에 이름을 내걸었다. CJ제일제당의 중국 바이오기업 매화그룹 인수 무산과 CJ헬로비전 매각 실패가 옥의 티로 꼽힌다.

      각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형 딜에서 독단적으로 공격적 베팅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인수전 참여만으로도 수확은 거뒀다.

      CJ그룹 관계자는 “물론 진행 중인 인수 건들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인수를 못해도 해당 기업들의 경영 노하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관건은 이재현 회장이 돌아왔지만 건강상 이유로 당장의 경영 복귀가 쉽지 않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이 회장의 공백이 일상화가 된 상황이다.

      게다가  ‘최고의사결정기구’ 경영위원회의 경영진들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 CJ그룹을 끌어 온 손경식 회장이 얼마 전 폐암 수술을 받았고,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의 건강은 좋지 않다. 전문경영인 이채욱 부회장은 연초 폐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이런 와중에 CJ그룹이 3년만에 임원 인사를 단행한 것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주요 계열사 CEO들도 각각 한 계단씩 승진했다.

      현재 CJ의 차기 전문경영인으로 신현재 CJ그룹 경영총괄 부사장과 허민회 CJ오쇼핑 대표가 부각되고 있다. 신현재 총괄부사장은 CFO(최고재무책임자)로서 그룹 전체의 자금줄을 쥐고 있고 허민회 대표는 그룹 전략통으로 불린다.

      시장에선 CJ의 이런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믿는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며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오너 부재로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약이 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적 여력을 감안하지 않고 외형 성장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시급한 것은 승계 작업이다.

      지주사 체제여서 시나리오 자체가 복잡하지는 않다. 관건은 그룹 지배력의 이탈 없이 장남 이선호 씨로 상속이 이뤄지는 것, 직접 경영을 맡기까지 현 체제가 잘 유지되는 것이다. 이선호 씨가 이십대 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룹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사면을 받았지만 당장 경영 복귀는 힘들 것”이라며 “외부 시선도 시선이지만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선호씨의 승계 및 경영 참여에 대해 “오너의 자녀지만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올라오고 있어 갑자기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전문경영인 체제의 유지를 시사했다.

      아울러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뒤흔들 변수가 돌발적으로 발생하면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선호씨가 경영권을 쥐기 전에 이미경 부회장 등 다른 가족들의 경영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룹 안팎에선 이재현 회장의 부재보다 이를 더 우려하는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