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아시아나 증자, 시점·방식 "이상하네"
입력 2016.09.13 07:00|수정 2016.09.20 10:42
    인수계약 미체결·일반공모 생략…할인율은 의미없어
    1600억 조달해도 재무개선 효과는 크지 않아
    금호산업 지분율 높이려?…제3의 투자자 등장할까
    • 아시아나항공이 1600억여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금융시장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모집주선 방식으로 실권주는 미발행하기로 해 1600억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자금 조달에 성공한다해도 재무개선 효과는 크지 않은 까닭이다.

      이번 증자에서  대표주관사인 대신증권은 모집주선을 담당할 뿐 실권주를 인수하지 않는다. 일반공모 절차도 없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는 미발행 처리한다.

      20%의 할인율을 제공했지만 주가가 액면가 아래로 내려간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다. 8일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1개월 가중산술평균 주가는 5200원이다. 20% 할인율을 적용한 예정발행가는 4162원이지만, 액면가(5000원) 미만이라 발행가가 액면가로 결정됐다.

      12일 주가가 급락하며 발행가격은 시가보다 높아졌다. 증자 참여 매력이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법인 주주 입장에선 증자 참여가 더욱 껄끄러워진다.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인수해야할 타당한 목적이 있지 않다면 배임 이슈에 휘말릴 수도 있다.

      거의 유일한 안전판은 '신주인수권 상장 거래'다. 증자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구주주는 증자에 참여할 권리를 매각할 수 있다. 대신 지금 주주가 아니더라도 청약에 참여하고 싶다면 신주인수권을 매입하면 된다. 신주인수권 상장 거래는 10월18일부터 5거래일간 진행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증자에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이나 3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참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16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의지가 거래 구조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증자에 대해 '재무개선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연초부터 계획된 경영정상화 방안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금융시장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지난 상반기 금호터미널 및 금호아시아나플라자 사이공(KAPS) 매각을 통해 4000억여원을 조달했다. 900%를 넘나들었던 부채비율은 상반기 말 683%로 떨어졌다.

      거래 구조상 1600억원을 모두 조달하기 어려운데다, 만약 조달해 차입금을 갚는다 하더라도 이는 아시아나항공 전체 순차입금(4조원 안팎)의 4% 수준에 불과하다.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면서까지 조달할 필요가 있는 자금 규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재무 건전성이 강화된 시점에서 일정부분 주주가치 훼손을 감내하면서까지 유상증자를 발표한 점은 의문"이라며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재부각했다"고 평가했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더 늘려야할 필요성은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금호타이어 인수에 전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을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비교적 낮은 지분율(30.08%)에 따른 2·3대 주주의 견제가 변수다.

      이론상 이번에 발행되는 주식 전량을 금호산업이 가져간다면 지분율은 40.26%로 높아진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금호산업에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금호산업만 청약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모두 실권되는 것이다. 초과청약(배정분+20%)까지 감안하면 금호산업의 지분율은 33.36%까지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금호석유화학이나 산업은행의 지분율이 유의미하게 낮아지진 않는다. 증자 규모가 현재 발행주식 총수의 17%수준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18.86%인 2·3대 주주 지분율이 최대 16.11%로 낮아지는 정도다.

      우호 지분을 더 늘리기 위해 금호산업을 인수했을 때처럼 외부 우호적 투자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다만 이 투자자는 신주인수권을 매입해 증자에 참여해야 한다. 액면가에 신주인수권 매입비용이 더해져 수익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원하는만큼의 신주인수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애초에 전략적 투자자이거나, 아니라면 파생계약으로 금호그룹이 수익성을 보전해주지 않으면 참여가 어려운 것이다. 만약 금호그룹이 총수익스왑(TRS)등의 계약으로 투자자의 수익성을 보장해준다면 이는 별도의 이슈가 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1월2일부터 이틀간 구주주 청약을 받는다. 공모가 확정일은 10월28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