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에서 한진해운까지…시험대에 선 법원
입력 2016.09.20 07:00|수정 2016.09.20 07:00
    STX조선, 산업은행에 긴급자금 지원 협의
    낮은 변제율에 회생계획 확정까진 '험로' 예고
    한진해운, 법원의 이례적 자금지원 요청…채권단 "지원거부"
    '회생'에 무게 뒀지만 '청산'가능성 높아
    • STX조선해양에서 한진해운까지 대어(大漁)급 기업들이 속속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법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법원의 회생절차는 말 그대로 '회생'을 최우선 목표로 하지만 '청산'의 기로에 선 기업들을 살려내려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부채가 자산을 5조원 가량 초과하는 STX조선해양을 비롯, 한진해운까지 살려내야 하는 법원의 회생절차가 시험대에 섰다는 지적이다.

      ◇ 법원, 産銀과 STX조선 자금지원 협의…회생계획 확정까진 '산 넘어 산'

      법원은 현재 산업은행과 STX조선해양에 대한 신규자금지원 여부를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부터 자율협약을 진행하면서 산업은행이 올해 STX조선해양에 지원하기로 한 600억원을 DIP(Debtor-In-Possession)파이낸싱 방식으로 출자해 달라는 요구다.

      채무자인 STX조선해양을 배제하고 법원이 직접 협상에 나서고 있어 자금지원 여부는 전적으로 법원의 협상력에 달렸다는 평가다.

      STX조선해양의 올해 부족자금은 약 1000억원이다. 600억원의 DIP자금이 수혈되면 회사는 인력감축을 통해 고정비를 줄이고 비영업용 자산매각으로 부족자금을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DIP자금은 회사가 채무를 변제할 때 최우선순위로 변제하게 된다. 법원은 지난 2013년에 회생절차에 돌입한 팬오션에 대해 산업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의 자금지원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에도 긍정적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고 전해지지만 지난 2013년부터 4조원의 자금을 쏟아 부은 산업은행지원에 대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법원이 주도적으로 자금지원 여부에 대해서 산업은행과 긍정적으로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3년간 수 조원의 자금을 쏟아 부은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지원에 대한 충분한 명분을 제시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와 상거래채권자들의 갈등 또한 법원이 풀어야 할 숙제다.

      STX조선해양은 현재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 3사와 강판납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철강 3사는 STX조선해양이 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직전 기업어음(CP)을 비롯한 상거래채권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고 계속 납품을 요청했다며, 납품대금을 받을 때까지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철강 3사가 돌려받지 못한 금액은 총 850억원이다.

      법원은 STX조선과 철강 3사를 대상으로 협의를 권유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철강 3사가는 또한 향후 납품할 자제 대금에 대해 산업은행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이 지원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회생계획안이 제출된 이후에도 확정까진 험로가 예상된다. 지나치게 낮은 변제율 탓이다.

      STX조선해양은 내달 초 관계인집회를 열어 회생계획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확정한 현금변제율은 회생담보권 약 41%, 회생채권 약 6.2%다. 1억원의 무담보 채권을 갖고 있는 채권자의 경우 약 600만원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셈이다. 담보를 갖고 있는 채권자 또한 원금의 40%만 돌려받게 된다. 이마저도 10년 간 나눠 변제 받는다.

      이는 상대적으로 부채가 많은 건설·해운 업종의 회생기업들의 변제비율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2014년 회생절차를 졸업한 쌍용건설의 경우 회생채권의 변제율은 약 31%, 지난해 졸업한 팬오션은 83%에 달했다. 올해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은 건설사들의 경우도 극동건설 11%, 경남기업 10%, 삼부토건 9%, 동부건설 79% 수준이었다. 이들 모두 회생담보권은 전액 현금변제 했다.

      회사의 회생계획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법원은 채권은행과 협의를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의 내년도 수주목표는 총 7척, 2018년엔 11척이다. 회사가 수주를 통한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채권단 RG발급이 필수적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STX조선의 경우 향후 정상영업을 계속하기 위해선 은행권의 RG발급을 비롯해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는 전적으로 법원의 협상력에 달려있고 법원 또한 STX조선해양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청산'기로에 높인 한진해운…법원, 처음 받은 어려운 '과제'

      한진해운에 대해 '청산' 가능성이 높다는 보통의 시각과 달리 법원은 '회생'에 무게를 두고 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형 컨테이너선사의 회생사건인 탓에 법원의 고민도 깊어졌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정부부처와 산업은행에 공문을 발송하며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면서 회생절차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해 지원불가 입장을 밝힌 지난달 말, 회생절차 돌입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난달 31일 오후까지 한진해운측에서 법원에 사전 협의를 요청하지 않자 법원은 먼저 나서 대표자를 소환하며 협의를 추진했다.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기업들은 수주 전부터 법원과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원과 사전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같이 법원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는 평가다.

      법원은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돌입에 앞서 국적선사의 회생절차 돌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던 올 중순부터 컨테이너선사의 회생절차에 관한 스터디를 진행하는 등 사전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의 회생절차신청 이후 법원은 이례적으로 바삐 움직였다. 법원은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신청 당일,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막는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리고 이튿날 현장검증에 이어 곧바로 개시결정을 내렸다. STX조선해양의 경우에도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결정까진 열흘 이상이 소요됐다.

      청산보단 '회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1주일이 채 안돼 관계기관 협조도 요청했다. 법원은 지난 7일 관계기관인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해양수산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에 공문을 발송하고 DIP파이낸싱을 신속히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산업은행에는 6일 DIP자금지원에 관한 상세검토자료도 송부했다.

      법원은 "한진그룹이 발표한 1000억원의 지원방안은 실행시기가 불투명하고, 한진해운의 정상화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물류대란 해결 및 정상화를 위해서 빠른 자금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의 제네럴모터스(GM), 일본의 JAL(일본항공) 구조조정 사례서도 거액의 공적 자금이 투입돼 정상화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이 같은 지원요청에도 채권단이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회생절차 또한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법원은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P&A 방안 또한 한진해운의 정상영업이 전제가 되야 하고 이를 위해 DIP파이낸싱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지만 채권단이 거부함에 따라 회생절차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원은 현재 후속지원요청은 검토하고 있지 않고 있다. 법원 한 관계자는 "현재 추가자금지원에 대한 추가협의에 대한 검토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물류대란 사태에 대해 회사가 최선을 다해 해결하고 법원은 조력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현재 삼일PwC를 조사위원으로 선정, 실사를 진행하고 내달 7일 중간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평가가 포함된 최종결과는 내달 28일 나온다. 법원은 조사보고서 검토 이후 회생절차를 계속 진행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가 낮게 나올 경우 법원에는 ▲M&A추진 ▲파산형 회생계획안 추진 ▲파산선고 등의 선택지만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