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지주회사 투자 포인트...'미래 먹거리 개발'로 시선 이동
입력 2016.09.22 07:00|수정 2016.09.26 13:48
    경영승계·안정적 지배구도 탈피
    자회서의 성장성·신사업 투자 주목
    삼성물산, 바이오 상장 여부 관건
    SK, 하이닉스 자회사 편입 기대
    • 지주회사에 대한 '투자 포인트'가 바뀌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경영권이나 승계 이슈에만 주목하지 않고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로 시선이 이동하고 있다.

      그간 국내 대기업 지주사 혹은 지주사격 회사들에 대해서는 '대주주의 경영승계',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보' 등의 차원에서 주로 투자가 이뤄졌다. 주가 또한 이에 영향을 받아 오너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자회사들의 실적이 변화를 보일 때마다 요동을 쳤다.  증권사들도  “그래도 지주사들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매수(buy)를 권유해 왔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고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지주사는 단순히 오너가(家)의 단순 경영권 승계가 주목적인 회사, 혹은 주력 자회사들의 지분을 보유한 순수 지주회사 역할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최근 투자업계가 지목한 투자 포인트 중 하나는 "새 먹거리를 갖춘 숨은 알짜 자회사를 개발했느냐"로 꼽힌다. 과거에는 자회사 가운데 사업성과가 뚜렷한 상장 자회사 보유여부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자회사가 지분율이 분산돼 있고, 지주회사로 올라오는 이익이 많지 않을 경우 실제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이에 차라리 지주사의 순이익에 큰 영향을 주는 비상장 자회사들이 얼마나 알짜회사인지를 따져보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또 이런 자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새 먹거리를 확보하도록 지주사가 얼마나 확실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주느냐에 지주사 주가가 좌우되기 시작했다. 전통 산업들이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지주사가 신성장동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기존 상장 자회사들은 덩치가 커 신사업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고, 동시에 실패의 위험 부담도 크게 느낀다”며 “지주사가 ‘스타트업(Start-up)’처럼 신사업에 뛰어들고 안착하면 자회사들과의 시너지 유도 또는 사업 이관 등이 수월해진다”고 전했다.

      배당금 증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은 이제 완전한 투자 포인트로 자리잡았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이 정체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배당금을 높이라는 주문은 쏟아지고 있다. 국내 지주사들의 경우 대부분 오너가 대주주로 구성돼 있다. 오너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동시에 지주사 자체의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자체사업의 성장성과 함께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 또는 합병, 브랜드 로열티 강화 등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여력이 과거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변화한 움직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회사는 삼성물산이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은 그간 건설부문의 부진으로 발목을 잡혀왔다. 특히 지난해 9월 합병 이후 건설부문이 연이은 대규모 손실을 드러내며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올 2분기에 회사가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특히 건설부문 영업이익이 1000억원 넘게 흑자전환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업계에선 추가적인 대규모 비용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점치고 있다.

      주력 사업이 다시 궤도에 올라서자 관심은 삼성물산이 제공할 신사업 테마로 쏠리고 있다. 이로 인해 오는 11월 상장을 추진 중인 주력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패여부가 삼성물산 주가 관리의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삼성물산의 향후 성장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삼성물산 주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건설의 잠재된 불확실성, 상사 및 패션부문의 부진을 바이오에 대한 기대감이 보충해주는 모양새다.

      다만 이는 삼성물산에 있어서는 '양날의 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오로직스 등을 위시한 삼성의 바이오 산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거꾸로 주가는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과연 삼성이 내놓는 차세대 먹거리는 무엇이냐"에 대한 1차 대답이 시원스럽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수밖에 없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의 경우는 'SK하이닉스'가 키워드로 꼽힌다.

      그간 SK㈜는 통신(SK텔레콤)과 에너지(SK이노베이션)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쥐고 있다. 이 카드가 ‘본전’ 역할을 해주면서 SK㈜의 주가를 방어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주가만 놓고 보면 지난 1년 가까이 20만원대 중반을 넘어선 적이 없고, 최근에는 20만원대초 겨우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투자자들로부터 그닥 확실한 메리트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이제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 상황이다.

      비상장 자회사인 SK E&S는 에너지 부문을,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은 바이오 부문을 맡고 있다. 또 합병한 SK C&C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로지스틱스, 인공지능 등 ICT 통합 서비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런저런 '판'은 벌려놓앗다.

      그러나 향후 수년내 이런 투자들의 효과를 지주사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문제다. '미래'는 그렇다치고, '현재'를 보여달라는 주문에 내놓을 대답이 뚜렷하지 않다.

      이러다보니 SK㈜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으로 SK하이닉스의 자회사화까지도 거론된다. 현재 ‘SK㈜→SK텔레콤→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인데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SK㈜→SK하이닉스’의 구조가 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IT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SK㈜의 자회사가 되면 SK㈜가 영위하고 있는 IT서비스, 중고차, 반도체 소재 및 모듈사업이 SK 하이닉스와 직접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동시에 SK㈜ IT 서비스의 수준도 한층 높아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고 평가했다.

      LG에 대한 시각은 조금 다르게 나오고 있다.

      2003년 재계 최초의 지주사인 ㈜LG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참패하고 있지만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 측면에선 안정감을 보이고 있는 점 만큼은 여전히 강점으로 부각된다. 어쨌든 확실한 '컨트롤 타워'의 모습은 갖췄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그룹의 신사업은 계열사별로 역할이 분산돼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율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LG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개별 계열사들의 효율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구조조정에서도 역할이 주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은 계열사들의 방향성 정립 등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외적 요인에 따른 사업확장이나 재무구조 안정화를 침해하는 요인은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한화는 3분기부터 M&A한 방산, 화학 기업들을 연결 실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2분기에 건설의 흑자전환, M&A 시너지, 자체사업 실적 개선 등 분위기는 좋다. 시장에선 이제 ㈜한화가 실적과 현금흐름 개선을 바탕으로 재무구조 안정화 전략을 취하기만 한다면 훈풍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방산부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인수 후보로 계속 거론되는 '리스크'가 거론된다. 이 경우 지주사의 부담은 고스란히 계열사와 그룹 재무구조 안정화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게 되고,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