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앞선 LG그룹, 역시 '내재화' 전략의 한계
입력 2016.09.23 07:05|수정 2016.09.23 07:05
    [4대 그룹 미래차 시장 어떻게]
    배터리 저가 공급 바탕으로 부품 공급처 확보 전략 엿보여
    M&A로 부품사 인수 나선 삼성 비해 경쟁 '직면'
    • [편집자주]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IT업체와 완성차 업체간 공고한 장벽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내연기관차 시대에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중국은 이제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미국에선 테슬라가 본격적인 전기차 양산 채비를 마쳐가고 있고, 실리콘밸리에선 자율주행차가 시험 트랙을 활보하고 있다. 국내 4대 그룹도 '미래차'를 향후 먹거리로 삼아 적극적인 진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뚜렷한 방향을 제시한 그룹도 있지만, 여전히 밑그림 단계에 머무른 그룹도 있다. 인베스트조선은 각 그룹의 진입 전략과 현황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전망과 한계를 짚어봤다.

      각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차량 전장 사업에서 LG그룹이 구체적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GM으로의 대규모 부품 공급계약이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돌입하면서 첫발을 뗐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신규 업체 진입 문턱이 높은 부품업계 특성상, 완성차 업체 확보를 위한 쉽지 않은 경쟁에 직면해 있다. 삼성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 진입을 예고한 상황에서 환경 변화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LG그룹의 전기차 전략은 각 계열사의 자체 기술력을 통한 ‘내재화'로 대표된다. 'M&A'대신 '연구개발(R&D)'에 초점을 맞춰 주요 부품의 경쟁력을 확보한 후, 이를 바탕으로 수주를 확보하겠다는 행보다.

      그룹 내 조직도 완비했다. 지난 2013년 그룹 내 자동차 부품 자회사들을 LG전자 내 VC사업본부로 통합한 이후 매년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해왔다. LG화학(배터리), LG이노텍(모터), LG디스플레이(차량용 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차량용 소재) 등 주요 계열사들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했다. 국내(인천)·중국(난징)·베트남(하이퐁)에 이르는 생산기지도 확보해 본격적인 밸류체인도 갖췄다.

    • 한 업계 관계자는 “적극적인 M&A를 펼치기엔 상대적으로 LG그룹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그룹내 부품 계열사들이 차량용 부품 공급을 시작해 역량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 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규 완성차 업체 확보는 여전히 그룹 차원의 과제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진입장벽이 높고 부품사 선정에 보수적인 모습을 띤다. 초기 진입 업체가 고객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업계에선 LG그룹이 사업 초기단계엔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저가에 공급하면서, 나머지 전장 부품들을 ‘패키지’ 형식으로 공급해 매출처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그룹이 총 11종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GM의 전기차 ‘볼트(Bolt)’ 계약이 대표적인 예다. LG화학은 지난해 시장가격의 절반 수준인 킬로와트(kwh) 당 ‘145달러’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간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은 전기차 가격을 ‘3만달러’ 수준까지 맞춰야 내연기관차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LG그룹 입장에선 이 점을 해결하도록 도우면서 각 계열사의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평가는 갈린다. 초기 사업 진입을 앞둔 LG그룹 입장에선 불가피한 전략이란 평가도 나오지만, 결국 LG화학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그룹 전략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의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규제가 장기화되면서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은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삼성이 M&A를 통한 전장 사업 진입 가속화에 나선 점도 상대적으로 LG그룹의 전략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이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기존 완성차업체 고객망을 갖춘 세계 수위권의 부품사들을 인수하거나 지분참여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반면, LG는 스스로 부품사가 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LG그룹의 해법은 GM과의 공급계약을 성공적으로 끝내 ‘트랙 레코드’를 쌓는 방법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