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광범위한 ‘車’ 미미한 ‘미래車‘
입력 2016.09.23 07:06|수정 2016.09.23 07:06
    [4대 그룹 미래차 시장 어떻게]
    연료·중고차·렌터카 등 관련 사업 다수 영위
    T맵 오픈 등 사물인터넷으로 확장
    배터리 영향력은 미미…반도체는 시작 단계
    컨트롤타워 부재…”미래차 의지 없다” 평가도
    • [편집자주]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IT업체와 완성차 업체간 공고한 장벽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내연기관차 시대에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중국은 이제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미국에선 테슬라가 본격적인 전기차 양산 채비를 마쳐가고 있고, 실리콘밸리에선 자율주행차가 시험 트랙을 활보하고 있다. 국내 4대 그룹도 '미래차'를 향후 먹거리로 삼아 적극적인 진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뚜렷한 방향을 제시한 그룹도 있지만, 여전히 밑그림 단계에 머무른 그룹도 있다. 인베스트조선은 각 그룹의 진입 전략과 현황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전망과 한계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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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전경

      SK그룹은 미래자동차 사업에 대해 4대 그룹 중 가장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배터리, 반도체 등 제조업에선 성과가 미미하거나 이제 시작 단계다. 현재로선 SK의 미래차 전략이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컨트롤타워 없이 각 계열사가 ‘따로 또 같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자동차’로만 놓고 보면 SK그룹은 이미 관련 사업을 많이 영위하고 있다. SK에너지의 ‘엔크린(연료)’, SK루브리컨츠의 ‘지크(윤활유)’ 등 SK이노베이션이 관할하는 가솔린 및 디젤 자동차의 에너지 부문이 일반 소비자들에겐 가장 친숙하다.

      많은 계열사들이 자동차 관련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T맵을 통해 위치기반서비스 LBS(Location Based Service)를 제공하고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적용해 상용차 업체에 차량 장착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지주회사인 SK㈜는 중고차 통합서비스 ‘엔카’를, SK네트웍스는 렌터카업계 수위의 ‘SK렌터카’를 운영하고 있다. SK㈜는 국내 1위 카셰어링 업체 ‘쏘카’ 지분 20%를 매입했고,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지원에 나섰다.

      전기자동차와 같은 미래자동차 관련 제조업도 있다. 2005년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본격 개발에 나선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서산 공장을 증설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카 인포테인먼트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며 미래 성장성이 큰 자율주행과 운전자지원시스템(ADAS)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재계에선 SK의 일련의 행보를 두고 미래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하나 같이 ‘자동차’를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과 LG 못지 않은 다양한 자동차 관련 사업역량을 갖고 있어 앞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기차 관련 제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들에 비해 뒤늦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었고,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0.5GWh(3.2%)로 9위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자동차 반도체 사업은 이제 걸음마를 뗀 상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국내 업체들이 선전을 하고는 있지만 언제 중국이 시장을 잠식할 지 모르고, 반도체 부문 역시 경쟁 심화 속에서 SK하이닉스가 어느 정도로 선전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소프트웨어 사업의 안착이 중요하다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특히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측면에서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IoT) 전용망과 모바일 내비게이션을 활용한 ‘커넥티드카’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른 그룹들과 비교하면 자동차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음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다. 각 계열사마다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따로 또 같이’라는 그룹의 비전에 맡게 각자도생해서 경쟁력 있는 계열사가 자연스레 사업을 주도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다른 그룹에 비해 사업 의지가 약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향후 계열 분리 가능성도 당장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에 어려운 배경으로 꼽힌다. SK네트웍스는 그룹의 자동차 사업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고, 또 육성 중이다. SK가(家) 맏형 최신원 SKC 회장이 SK네트웍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SK네트웍스가 계열 분리 될 것인가를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그룹 내부에선 결국 SK네트웍스가 분리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해진다. 장기적으로 미래차 사업은 그룹 주력사인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를 중심으로 진행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