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 가지지 못한 FI…열기 사그라진 한진重 발전자회사 매각
입력 2016.09.26 07:00|수정 2016.09.26 07:00
    [Weekly Invest] 불투명한 수익전망·과도한 차입금·발전업황 침체…FI 대부분 불참할 듯
    FI, 처음부터 대륜E&S만 눈독…발전사업 맡아줄 SI 물색도 난항
    남부발전 우선매수권 행사에 관심…부정적 인식과 자금부담은 걸림돌
    • 한진중공업 발전자회사 패키지(대륜발전·별내에너지·대륜E&S) 매각 열기가 사그라지고 있다. 미래 사업성을 확신하지 못한 재무적투자자(FI)들은 위험부담을 덜어줄 전략적투자자(SI) 물색에도 실패하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발전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정책 변수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진중공업그룹과 패키지 매각주관사 미래에셋대우는 26일 본입찰을 거쳐 30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미래엔과 IMM인베스트먼트, 키스톤PE, KDB인프라자산운용, 메리츠종금증권PE, 하나금융투자PE 등 6곳이 본입찰적격자다.

      본입찰 전망은 밝지 않다. 인수전 초기 흥행을 이끌었던 FI들이 대부분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한 SI인 미래엔이 있긴 하지만 거래 관계자들은 본입찰 참여자가 1~2곳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FI의 인수의지가 꺾이며 최근엔 예비실사를 위한 데이터룸도 활발하게 운영되지 않았다.

      복수의 FI 관계자들은 “발전 업황의 침체, 과도한 차입금, 확신하기 어려운 수익 전망 등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았다”며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SI와의 연합을 꾀했으나 성사되지 않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미래에셋대우가 1년간 매달려 마련한 수요기반 확대, 리파이낸싱 지원, 연료전지 사업 추진 등 유인책은 FI들을 끝까지 붙들기엔 부족했다.

      FI들은 사업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기도 했다. 다만 매각자가 예상한 수준까지 수익이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선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인수 후 몇 년이 지나면 투자회수를 고민해야 하는데, 발전사업은 3년 후부터나 본격적인 이익 구간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모험을 걸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은 6650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대우가 금리 인하 및 상환기간 연장을 해줄 계획이다. FI들은 그러나 미래에 대한 계산이 서지 않는 상황에선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는 결국 가격으로 이어져 매각자의 기대 수준과 FI가 생각하는 예상가치가 두 배 이상 벌어져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FI들이 애초부터 발전사업에 큰 관심이 없었던 면도 있다. 대부분 매년 300억원 내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내는 도시가스사업자 대륜E&S를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FI들은 대륜E&S만 인수하기 위해 부담스러운 발전사업을 맡아줄 SI를 물색했으나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했다. 통상의 발전사 M&A와 달리 FI가 대거 참여한 것만 봐도, SI들의 발전업에 대한 시선이 악화했음을 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100억원 이상의 추가 현금을 유입시킬 것으로 기대됐던 용량요금(CP) 인상도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좋은 매각 구조를 짜더라도 발전사업 M&A는 정책적인 변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만 강화했다. FI 입장에선 변수가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투자회수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FI의 이탈 움직임에 시선은 대륜발전 2대주주인 한국남부발전으로 모인다. 남부발전은 대륜발전에 대한 우선매수권이 있다. 발전사업에 밝고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한 SI다. 이번 인수전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기업의 확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자금 부담, 대륜발전 인수 시 민간발전업자에 부여하는 인센티브의 소멸 등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남부발전이 인수에 나선다면 컨소시엄 구성이 불가피하다.

      일부 FI는 본입찰에 불참한다면서도 관심은 계속 가지고 있을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본입찰 참여자나 남부발전과의 연합을 통한 대륜E&S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매각자 측은 경쟁이 완화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매각은 원만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좋은 매각 구조를 짰고 수익 증가도 거의 확정적인 만큼, 이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다면 본입찰 참여자의 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한진중공업그룹과의 협의에 따라 미래에셋대우가 직접 인수에 나설 여지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