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0개월 만에 또다시 해외 영구채 택한 이유
입력 2016.09.26 15:00|수정 2016.09.26 15:10
    3년 만에 발행되는 금융기관 보증 없는 영구채
    3300억원 규모…부채비율 유지 목적
    "해외투자처 국내보다 다양, 투기등급에도 투자"
    '한진해운 리스크' 부정적 요소 될수도
    • 대한항공이 10개월 만에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한진해운 지원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기 위한 목적이다. 국내보다는 금리·투자처 측면에서 발행여건이 나은 해외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해외 투자자들이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리스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발행조건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30년 만기 3억달러(약 3300억원) 규모의 해외 공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이르면 이달 26일 또는 27일 발행할 예정이다. 최초 발행금리는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최종 결정된다. 지난해 발행된 대한항공 해외 영구채와 달리 은행(금융기관) 보증 없이 자체 신용도를 토대로 발행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수출입은행이 보증하는 해외 영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이번 영구채는 사실상 3년 만기 대한항공 공모 회사채나 다름없다. 대한항공이 3년 뒤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발행 당시 금리에 5%의 금리를 가산해 지급하는 스텝업(step-up)조항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차입금 부담이 높은 대한항공으로서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높은 조달비용을 감당하기에 무리가 있다.

      대한항공이 해외 발행을 택한 데에는 국내 발행여건이 여의치 않은 점과 해외투자처가 국내보다 다각화돼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이 앞으로 갚아야 할 회사채·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잔액은 4조원에 달한다. 국내 직접금융시장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제약이 있다는 의미다.

      해외 공모 영구채는 국내 공모 영구채보다 발행이 쉽기도 하다. 국내와 달리 국가에 따라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단 이 경우 해당 영구채를 발행 1년 내에는 국내에서 전매(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

      다변화된 해외투자처도 대한항공이 해외에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등급 평가기준에 따라 대한항공 채권은 투기등급 수준으로 분류되지만, 채권 수요기관이 한정된 국내외 달리 해외는 투자처가 다양하다"라며 "투기등급에 투자하는 전문기관도 많아 투자수요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구채는 아시아·유럽 지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해외채권은 통상 발행규모가 5억달러 이하일 경우에는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유럽 등으로 투자처를 한정 짓는다는 게 IB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지원 이슈가 영구채 발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마지막으로) 600억원의 지원을 결정하며 한진해운 지원에 따른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졌다"라면서도 "해외투자자들이 공모 절차 과정에서 과거보다 계열 리스크를 더 유심히 바라볼 가능성은 열려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영구채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단독 주관을 맡았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의 발행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분(8200억원) 중 5000억여원을 손실처리하며, 올 상반기 부채비율이 별도기준으로뿐 아니라 연결기준으로도 1000%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