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디스플레이서도 중국과 '동맹'... LG는 내년에 대응?
입력 2016.09.28 07:00|수정 2016.09.28 07:00
    삼성, 지분투자 통해 '계륵' LCD사업 외재화 나서
    LGD, 'OLED' 맞불 계획 세웠지만…LCD 주도권 약화는 고민
    • 삼성이 전기차에 이어 디스플레이에서도 중국과 '동맹'을 선택했다. 경쟁사 LG디스플레이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시장의 관심사다. 기존 LCD 시장에서 중국을 추격하기엔 부담이 큰 점이 고민거리다. 그렇다고 OLED를 통해 맞불을 놓기엔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 중국 디스플레이社에 지분투자...글로벌 LCD 3강구도에 참여

      작년 말.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와 TCL은 각각 10.5세대와 11세대 신규 설비 투자를 연이어 발표했다. TCL그룹은 설비 투자에 약 7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10세대 이상의 설비는 주로 60인치~7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생산에 최적화된 설비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55인치 패널에 최적화된 8세대 설비를 주로 운영해왔다.

      중국이 투자할 11세대는 기판 1장당 60인치 패널 10장을 생산한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의 8세대는 4장을 생산한다. 결국 60인치 이상 프리미엄 시장 경쟁에서 중국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이 같은 중국의 ‘굴기’에 삼성이 먼저 선제 대응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TCL 11세대 LCD 라인 생산법인 지분 9.8%를 취득했다. 약 3500억원을 투자해 2019년부터 생산되는 패널을 공급받는다. 경쟁이 치열해진 LCD 생산설비를 줄이고, 모바일 중소형OLED에 집중해온 삼성디스플레이였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프리미엄 LCD 제품 ‘퀀텀닷 TV’를 위한 패널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단순 지분투자가 아닌 기술 이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분투자를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디스플레이가 했다는 이유에서다. 협력이 진행되면 중국업체도 이점이 있다. 그간 대형 설비 운영경험이 적어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삼성을 통해 설비 가동율을 올릴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투자를 하면 삼성전자 단일 업체에 공급받을 수밖에 없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을 인수하면 다른 완성업체에도 확보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TCL과의 상호 기술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10세대 이상 라인 가동이 본격화되면 프리미엄 LCD 시장은 생산 설비를 보유한 이들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대만 홍화이 그룹(샤프) △BOE △TCL-삼성디스플레이 세 진영간 구도가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LCD도 못내주겠고...OLED투자는 부담되고...내년에 대응한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그간 대형 LCD부문에서 글로벌 선두 지위를 유지해왔다. ‘캐시카우’인 LCD 주도권을 내어주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추가 투자를 통해 중국업체를 뒤늦게 추격하겠다고 나서기도 쉽지 않다.

      시장판도가 변하면 파주 'P10' 공장의 설비 반입에 대한 고민도 커진다.

      LG디스플레이는 P10공장에 2018년까지 총 10조원 투자를 예고했다. ▲8세대 OLED 설비 반입 ▲8세대 OLED와 10세대 이상 LCD 병행 투자 ▲10.5세대 OLED 투자 등 세 가지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공장 완공이 2018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늦어도 내년까지는 구체적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아직 구체적인 투자 방향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OLED로 전환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도 있지만 기존 8세대 설비로는 어렵다는 평가다. LCD 공급량에 대응하기에 생산 효율성 측면에서 뒤쳐진다.  그렇다고 10.5세대 OLED 설비를 도입해 '맞불'을 놓자니 약 4조원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게다가 여전히 LCD 수익을 통해 OLED 부문 적자를 메우는 상황이다.  OLED 시장이 활짝 열린것도 아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는 경쟁사의 퀀텀닷 등 LCD TV에 비해 OLED TV에서 월등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10.5세대 LCD가 예상보다 빠르게 정착한다면 기존에 잘하던 LCD 사업 주도권까지도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겪은 상황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향후 TV면적 대형화 추세가 진행되면 60인치, 70인치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수 있지만, 아직 1~2년간은 8세대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게 내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LG디스플레이 측은 “내년까지는 계획한 투자 마무리에 집중하고, 내년 하반기 이후 부터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P10공장 내 OLED 10.5세대 추가 투자, 중국업체와의 LCD 공급망 협력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