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외산 모호한 작품 속속 등장…"투자 결정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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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창업투자회사 문화콘텐츠 투자범위에 관한 규정을 1년만에 다시 손봤다. 의무투자비율로 인정되는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지만 벤처캐피탈(VC)들이 투자대상을 가리는 데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VC를 관할하는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은 지난 5월 VC가 영화·드라마·공연 등 문화콘텐츠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해외에서 제작한 작품은 투자의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창업투자회사 등록 및 관리규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미 한 차례 개정했던 관련 규정을 1년만에 다시 고친 것이다.
정부는 작년 5월에 VC가 조성한 펀드의 투자의무비율로 인정되는 투자범위를 넓혔다. '한국영화'·'한국애니메이션' 등 개별산업으로 열거돼 있던 프로젝트 범위에 대한 기준을 '문화산업 프로젝트'로 통합, VC들의 문화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따라 모태펀드에서 출자받은 VC들은 출자 취지에 맞는 프로젝트나 기업에 조성금액의 50~60%를 투자해야 했다. 열거된 기준에 따라 분류되기 어려운 작품까지 투자범위로 인정돼, K-컬쳐 등 국내 문화산업을 육성하겠단 정부의 방침과도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투자범위는 다시 바뀌었다.
'문화산업 프로젝트'에서 '국내 문화산업 프로젝트'로 한정됐다. 해외기업이 제작한 작품에 투자한 건은 의무투자로 인정하지 않게 된 셈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창업투자회사 라이선스를 보유한 VC들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근거해 국내 중소기업 지원이란 정책 목적에 맞는 투자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범위가 문화산업 프로젝트로 규정되면, 해외에서 제작한 작품까지 의무투자 대상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국내'를 규정에 넣어 투자범위를 보다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정부의 조치가 국내 문화콘텐츠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투자결정이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산', '외산(外産)'의 구분은 문화산업에서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해외제작사가 제작에 관여하지만, 국내에서 제작되는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영화산업에서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달 초 개봉한 영화 '밀정'이다. 밀정은 글로벌 영화제작사인 워너브라스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고, 제작·배급했지만, 설립한 국내 로컬프로덕션(워너로컬프로덕션)을 통해 국내에서 제작됐다. 국내영화인지 해외영화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밀정에 투자를 원하는 VC가 관할 부처에 관련 내용을 매 건마다 일일이 문의해야 한다. 의무투자비율을 달성해야 하는 VC들에 의무투자 대상 여부는 간과할 수 없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곡성', '대립군'의 20세기폭스 등 국내 문화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 투자·제작에 관심을 갖는 해외기업이 등장하고 있다"며 "해외제작사가 투자부터 제작·배급을 모두 담당했지만 국내에서 제작된 작품, 해외제작사가 배급만 한 작품 등 각각의 작품마다 해외작품인지, 국내작품인지 해석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투자대상을 '국내'로 한정해, 투자기회가 오히려 줄어들었단 시각도 제기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정 프로젝트가 투자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면, 아무래도 그런 작품들은 애초에 투자검토를 안 하게 된다"며 "앞으로 해외자본이 관여하는 작품들이 더 많이 제작되는 분위기라, 향후 투자처 확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VC들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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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9월 2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