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바이오 IPO 위축 불가피
바이오로직스 유사회사 셀트리온은 4일 주가 반등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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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 취소 사태가 바이오·제약 업종 전반에 걸친 역풍으로 번지고 있다. 장밋빛 전망 일변도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평가해야'한다는 시각이 자리잡으며 상장 제약사들의 주가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제약 업종 전반적으로 재평가 바람이 불면 유사기업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당장 IPO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관심거리다.
4일 오전 11시 현재 한미약품 주가는 지난달 30일 대비 6.5% 떨어진 47만5000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11만2000원(18.06%) 급락한 데 이어 하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고 거래가(86만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모회사인 한미사이언스도 같은 시각 7%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업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8.8% 떨어진 코스피200헬스케어지수는 이날 오전에도 4.6% 하락했다. JW중외제약·종근당·일동제약·동아에스티 등 대형 제약사들의 주가가 모두 연 이틀 하락세다.
한미약품은 최근 2~3년새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약 발굴로 바이오·제약 시장의 대장주로 발돋움했다. 상용화되면 대규모 이익창출이 가능한 신약 개발은 그 사이 국내 증시의 테마로 자리잡았다. 바이오·제약 기업의 가치가 급등했고, 신약 개발사의 IPO가 이어졌다.
그런 한미약품이 '삐끗'하는 모습을 보이자 업종 전반에 걸쳐 찬물을 끼얹은 듯한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한 증권사 제약 담당 연구원은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과의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한 건 '상용화가 안될 수 있다'는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바이오·제약 업종 전반적으로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한미약품 사태는 바이오·제약 기업에 대한 신뢰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2분기 기술 수출 계약 직후 적자 실적을 발표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번에도 한미약품음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공시한 다음날 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두 공시 사이에 대규모 공매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유통시장의 혼란은 발행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때 60~70배에 육박했던 바이오·제약 기업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이 이날 45배까지 내려오며 IPO를 준비 중인 기업들은 밸류에이션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JW생명과학 등이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고, 신라젠·신신제약·유바이오로직스·애니젠 등 7~8곳의 기업이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 중이다.
당장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영향이 우려된다.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공모가나 공모 흥행 여부에 어떻게 작용할지 현 상황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물론 세부 업종에선 차이가 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제약·바이오 기업은 대부분 신약개발에 무게중심을 둔 곳들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제조회사로 사업 구조가 셀트리온쪽에 더 가깝다. 공모가를 산정할 때 비교기업으로도 셀트리온을 선정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30일 주가가 1.5% 하락하는 데 그쳤고, 4일 오전엔 1% 반등에 성공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미약품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며 "'삼성그룹'이라는 특수성도 있기 때문에 수요예측이 있을 이달 말까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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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04일 14: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