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産銀-IBK펀드-금호家 눈치싸움 예고
입력 2016.10.06 07:00|수정 2016.10.06 09:11
    産銀, IBK펀드·금호家 오버행 부담…매각 일정 밀릴 가능성도
    주가 상승 시 IBK펀드-금호家도 유리한 매각시기 노릴 듯
    유통물량 늘리거나 産銀-IBK펀드 공동 매각하면 부담 줄수도
    産銀 “처한 상황 달라…공동 매각은 검토 안 해”
    • 대우건설 매각을 둘러싸고 주요 주주간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대 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 사모펀드(이하 IBK펀드), 범(汎) 금호그룹 계열사 보유지분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들이 먼저 매각에 나선다면 산업은행은 오버행 부담은 덜겠지만 매각 일정이 밀릴 수 있다. IBK펀드와 금호 계열사 간에도 주가 상승시 유리한 매각 시기를 선점하기 위한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달 국정감사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대우건설 매각 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KDB밸류제육호 사모펀드(PEF)를 통해 대우건설 주식 50.75%를 가지고 있는데, 이 펀드 만기가 내년 10월 돌아오는데 따른 것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미래에셋 등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 보유주식을 인수하고,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주당 평균 인수금액은 1만5000원에 달하지만 주가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5000원 초반에서 시작한 주가는 최근 매각 기대감으로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6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올 들어 보유주식에 대해 ‘시장가치 매각’ 기조를 이어가고 있음을 감안해도, 현재 주가 수준으로 매각 예정가격을 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 IBK펀드와 범 금호가 보유지분의 오버행(Overhang) 이슈도 부담스럽다.

      IBK펀드는 2012년 대우건설 주식 12.28%를 주당 8140원씩 인수했다. 역시 투자원금 대비 주가가 낮다. 그러나 IBK펀드는 함께 인수했던 서울고속버스터미날과 금호고속 매각으로 기준수익률을 넘어선 상태다. 대우건설을 얼마에 팔든 곧 추가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산업은행보다 펀드 만기도 4개월 가량 앞선다. IBK펀드는 지난해 만기가 도래해 이를 2년간 연장했고 내년 6월에 도래한다.

      범금호그룹 계열사 보유 지분도 잠재 매물이다.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했는데 지금도 아시아나항공, 금호석유화학, 금호타이어 등이 주주로 있다. 장부가 대비 현재 주가는 높다. 필요에 따라 대우건설 지분 매각 카드를 꺼낼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11월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보유지분 중 500만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올해 상반기 4만주를 매각하기도 했다.

      IBK펀드와 금호가 지분이 잠재 매물로 남아 있다면 산업은행은 잠재 인수자의 참여를 유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오버행 이슈로 인해 매각가격 산정이 어렵다. 반대로 이들이 산업은행에 앞서 먼저 매각한다면 오버행 부담은 덜 수 있지만, 주가추이를 감안해 산업은행의 매각 작업은 늦어질 수도 있다.

      증권사 건설부문 연구원은 “IBK펀드와 금호 계열사 보유 지분은 산업은행과는 무관한 물량이고 잠재 투자자군도 다르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면 언제든 매물로 나올 수 있다”며 “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은 매각 시기를 두고 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매도 세력도 신경 쓰이는 요소다. 산업은행은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때마다 공매도 세력이 물량을 쏟아내며 제동을 걸고 있다고 본다. 거래량 50% 이상이 공매도인 날도 있었다. 유통 물량까지 적다 보니 공매도에 따른 영향도 크다. 다른 주주들도 공매도에 의해 주가가 묶여있다면 투자회수에 불리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선 주요 주주들이 지분을 미리 줄여 유통 물량을 늘려두거나, 공동 매각을 추진하는 등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IBK펀드엔 산업은행(전 정책금융공사)도 출자자(LP)로 참여한 터라 산업은행과 의견 조율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이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산업은행과 IBK펀드의 경우 만기도 다르고, 눈높이도 차이가 난다. 담당 부서도 다르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협의를 진행할 수도 없다. IBK펀드의 의사 결정 권한은 산업은행이 아니라 운용사(GP)에 있다. 각자 최대한의 이익을 내기 위한 전략을 짜야 한다. 함께 묶어 판다 치더라도 인수자의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매각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평가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IBK펀드가 함께 매각할 경우 주가가 탄력을 받아 공매도와 오버행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면서도 “서로 처한 상황이 달라 공동 매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검토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IBK펀드 관계자 역시 "산업은행과 함께 매각하면 지분율이 높아져 거래 성사가 어려워지고, 펀드 입장에서도 M&A 종료시까지 의사 결정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매각은 별개로 알아서 하면 될 사항이라고 보고 있으며, 산은에서 요청이 온다면 검토를 할 수 있지만 그런 제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