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자들 반발...LG화학-LG생명과학 합병에 커지는 '잡음'
입력 2016.10.06 15:13|수정 2016.10.06 20:11
    주주 "단기 성과 보여달라" vs LG화학 등 "10년 뒤 준비하겠다" 이해관계 상충
    국민연금, 양사 보유 주식 일부 매도...낙관만 하기는 어려워
    • LG화학이 LG생명과학 합병 과정에서 싸늘해진 투자자들의 시선에 직면하고 있다. 주주들은 지속적으로 ‘단기’의 성과 개선책을 보여달라 요구해왔지만 회사는 "바이오를 통해 10년 후를 준비하겠다"는 ‘동문서답’을 보였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양사간 합병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현가능성과는 별개로, 합병 취소가 가능한 조항들도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다.

      LG화학은 합병 성사를 위해 투자자들과 접촉을 늘리고, 향후 사업 비전을 제시하는 등 본격적인 '주주 달래기'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3분기 실적발표 이후에도 주가에 큰 '반전'요인을 찾기 어려운 점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소규모 합병' 순조로운 절차 예상했던 LG화학…들끓는 투자자 분위기에 '당황'

      LG화학은 지난 9월 신주 발행을 통한 LG생명과학의 흡수 합병 추진을 공식화했다. 합병 이후 발행되는 LG화학의 신주가 기존 주식 총수의 10% 미만에 불과해 '소규모 합병'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안을 통과할 수 있다.

    • LG화학의 지분 5%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는 ㈜LG(30.02%), 국민연금(8.72%)로 단순하다. 이외에도 해외투자자들 지분 비중은 약 37%, 기타 개인과 기관이 약 24%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규모 합병이 적용돼 LG화학 주주들은 회사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하지만 LG화학 주주들의 합병 반대 의사 표출 방법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다. 합병 조항상 이달 12일까지 LG화학 주주 20% 이상이 소규모 합병에 대한 반대를 표시할 경우. LG화학은 주주총회 등 합병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이 경우 회사가 계획했던 연내 합병도 어려워지게 될 전망이다.

      합병 초기만 해도 '20% 조항'에 대해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선 변화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단 홍콩 등 외국 금융사와 국내 기관 등을 중심으로 반대의사 표시를 밝힌 투자자들도 상당수 존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지어 국민연금도 합병 의사 표시를 두고 내부 회의를 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에는 국민연금이 장내 매도를 통해 기존 보유 지분(9.72%->8.72%)을 줄인 것으로 공시하면서 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LG화학도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관계자들을 통해 기관 및 투자자들의 반대의사 접수 현황을 수시로 요청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합병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LG화학의 현재 사업과 시너지가 보이지 않고 제시해온 미래 전략과도 이탈하는(a deviation of strategy) 모습(JP모건)” “매수청구권 등 반대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합병을 기업가치에 반영하지 않을 계획(HSBC)” 등 합병 직후 각 외국계 증권사들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부정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6일 현재까지도 경영진들은 싱가포르에 머물며 외국인 투자자들 설득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상당히 많은 외국계 투자자들이 합병 자체를 부정적 이벤트로 보고 있다”라며 “오히려 딜이 무산되면 주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 같다는 시각을 보이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와 홍콩 NDR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도 "각각 1시간씩 미팅이 있었는데 거의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외국계 투자자들이 합병 추진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라며 "바이오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NDR초기엔 정작 담당하는 LG생명과학 관계자가 참석을 안해 설명에 곤혹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합병 발표 초기 비교적 순조롭게 합병 절차를 밟을 것이란 예상이 컸다. 과거 논란에 섰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례와 같이 지배구조와 연계된 점이 없고, 무산된 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의 합병사례같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크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된 것이 이유다.

      하지만 합병 과정이 진행되면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에 오히려 힘이 실리고 있다.

      전지·전자소재 등 기존 LG화학 내 비(非)화학 사업의 성과는 미미하고, 투자는 여전히 산적한 상황이다. 신약·바이오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투자비용이 많이 투입되지만 단기 성과는 불확실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사업으로 꼽힌다. 시장은 “왜 바이오여야 하는지”를 묻고있지만 회사가 뚜렷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LG화학이 바이오 부문에 연간 최대 5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공식화한 부분이 주주들의 불만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도 나온다.

    • ◆LG화학 주주 반대 '첫고비' 넘어도…발목잡는 양사 주가·보이지 않는 '반등' 요인

      LG화학 주주들의 합병 반대라는 첫 고비를 넘더라도, 합병 완료까진 순탄치 않은 경로를 밟아야 할 전망이다. 여전히 합병가액을 밑돌고 있는 양 사의 '주가'도 합병의 발목을 잡고 있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 양 사의 주가는 합병이 공식화된 이후, 합병가액을 밑돌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LG화학의 주가는 합병 추진 검토를 밝힌 6일, 전일 대비 5.81%하락한 25만15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 지난 19일엔 1년내 최저가(22만7500원)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 LG화학의 주가가 합병가액 이하에서 지지부진할 경우. LG생명과학 주주들은 합병 LG화학의 신주를 받는 대신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합병 조항 상 소멸회사인 LG생명과학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3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LG화학 입장에선 “계열사에서 사업부로 위치 옮기는 게 전분데 돈을 쓴다”는 주주들의 비판에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합병 비율(LG화학 주식 1주 당 LG생명과학 주식 0.26주)이 확정된 상황에서, LG화학이 LG생명과학 주주들의 주식청구권 행사로 인한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교환되는 LG화학 주가가 일정정도 오르는 방법이 유일하다. 결국 LG화학 입장에선 청구권 행사가 시작되는 11월 28일까지 ‘주주 친화’ 노력을 적극적으로 보여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수 주체인 LG화학 경영진들은 합병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자자들과의 접촉을 늘려가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합병 발표 직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 콜을 연데 이어, 외국계 투자자들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투자설명회(NDR)을 통해 합병 시너지를 알리고 있다.

      한 LG화학 담당 애널리스트는 “추석 이후 두 차례 외국 투자자 대상 NDR에서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회사가 비상인 상황이라고 알려졌다"라며 "NDR 직후 국내 애널리스트를 ‘당일 통보’로 소집하고, 초조한 모습을 보인 데서 합병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가를 회복할 반전요인을 찾기 어려운 점이 근본적인 고민이다.

      올 초부터 이어진 LG화학의 주가 하락에 원인은 '비(非)화학 부분' 부진이다. 즉 2차 전지, 전자소재 등 비화학 부분에서 영업이익 개선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가 이미 직접 "전지와 전자소재 분야에서 올해 내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권사 화학 담당 연구원은 “LG화학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롯데케미칼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비화학 부분 프리미엄으로 시가총액은 30% 비싸다”라며 “투자자 입장에선 단기에 차별화가 안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비싼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 이후 신약 개발 중심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겠다고 했는데, LG생명과학은 신약 파이프라인이 좋은 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잘해온 회사도 아니다”라며 “단순히 회사가 밝힌 사업목적대로라면 훨씬 적은 돈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춘 바이오 벤처를 인수하는게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화학 담당 연구원은 "단순히 계열사 차원의 결정이라기 보다는 연초 구본준 부회장이 LG화학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내려진 '그룹' 차원의 굵직한 결정이다보니 연내 합병절차를 마무리 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요구와 상충하는 모습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행을 하면 합병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의 인식은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이에 대해 "양사간 합병에 대해 주주들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