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자산, 법 개정에 맞춰 中 독자법인 설립
업계 “들인 공 치고는 결과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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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자산운용이 중국진출에 나선다. 당초 계획한 합자회사가 무산 되면서 100% 자회사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중국 내 인지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땅한 파트너도 구하지 못한 채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업계에선 수년간 공을 들인 것 치고는 성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어 1000만달러(약 112억원)을 투자해 중국 텐진에 ‘한화투자관리(천진) 유한공사’를 세우기로 했다. 국내 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에 지분 100%를 보유한 자산운용사 설립이다.
지난 6월 중국당국이 외국자본 단독법인의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을 허용한 점이 계기가 됐다. 중국은 외자계 자산운용사의 경우 자국 업체와 합자 형태만 허용하고 있다. 이를 사모펀드 운용사에 한해서 올해 처음 풀어준 것이다. 반면 중국 공모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은 자산규모 세계 2위 중국건신기금과 합자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그간 준비작업을 해오다 규제완화가 이뤄져 발 빠르게 현지법인 설립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진출을 시도했다. 3~4년 전에는 한화그룹 인력을 중국에 직접 파견해 현지 법인 설립을 준비하기도 했다.
당초 목표는 중국 현지 업체와 합자 형식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중국에 있는 자금을 끌어와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파트너 물색도 마쳤다. 중국 톈진에 국영기업인 하이타이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난해 중국당국에 인가 신청을 냈다.
하지만 중국당국이 요건 불충분으로 한화자산운용의 중국 내 합자회사 설립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합자회사가 무산되면서 사모펀드 형태의 자산운용사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중국 내에서 사업을 키울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모펀드이다 보니 모을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도 걸림돌이다. 이미 중국시장에는 내로라 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즐비한 상황인데다, 블랙락·피델리티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들도 중국 현지업체인 차이나AMC·티안홍자산운용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결국 한화생명의 자산을 중국에 투자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내에서 자금을 모으기 힘든데다, 국내에도 이미 수 많은 중국관련 펀드 들이 있어 투자자를 모집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한화자산운용이 한화생명으로부터 인수한 미국투자 법인처럼 직원 2명의 유명무실한 법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년간 중국진출에 공을 들인 결과 치고는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룹차원에서 야심 차게 추진했지만, 이렇다 할 현지 파트너 조차 물색하지 못하고 끝난 꼴이 됐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한화자산운용은 “합자법인을 설립하면 직원 40명 이상 유지해야 하는 등 비용부담이 있다”며 “전략적인 판단을 토대로 독자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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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0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