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후엔 찬성 주주들 의견 모아 다시 서신 보내
삼성전자에도 비슷한 전략 취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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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전자와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기업도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 기업을 추켜세우는 한편, 사업구조 개편과 배당 확대를 제안한 후 이에 동조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를 모아 압박을 가하는 방식이다.
같은 맥락에서 엘리엇은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조금씩 늘려나가며 주주 서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영진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엇은 지난 5월4일 CDK글로벌(이하 CDK)에 주주 서신을 보냈다. CDK는 미국 국내외 3만4000여 자동차·트럭·중장비 딜러를 잇는 최대 규모의 '딜러 운용 시스템'(DMS) 개발 회사다.
엘리엇은 서신에서 CDK에 대해 '유례없이 매력적인 사업을 보유했다', '오랜 기간 딜러와의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다'며 칭찬했다. 현 경영진에 대해 거대한 존경심(enormous respect)를 가지고 있다고도 표현했다.
이런 모습은 삼성전자에 보낸 서신과 매우 유사하다. 엘리엇은 이달 초 보낸 서신에서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에서의 강점은 전세계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한다', '이런 성과들에 대한 창업주 가족과 삼성전자 경영진의 공로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강경한 협상 자세와 법적 분쟁을 불사하는 적대적 투자 방식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이런 모습이 목격됐다. 그러나 올해 CDK와 삼성전자에게는 한결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겉이 그렇다고 속까지 무르진 않았다. 엘리엇은 서신을 통해 CDK가 경영 구조를 최적화해 주주 가치를 증대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이를 '가치 증대 계획'(Value-Maximizing Plan)이라고 명명했다.
엘리엇은 구체적으로 ▲현재 24% 수준인 상각 전 이익(EBITDA) 마진을 2018년 42%까지 끌어올리고 ▲잉여 현금 흐름의 65%를 주주에게 돌려주며 ▲ 딜러 서비스의 스핀오프(spin-off)를 지체없이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이것이 실행되면 CDK글로벌의 주가가 14개월 안에 지금보다 72% 높은 주당 81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역시 삼성전자에 제안한 ▲삼성전자 분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과 ▲잉여 현금 흐름의 75%를 지속적으로 주주들에게 환원할 것 등 요구사항과 비슷하다.
엘리엇은 CDK에 첫 서신을 보낸 지 한달 뒤인 6월8일, 다시 한번 주주 서신을 보냈다. 이 서신에는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엘리엇과 다른 기관 주주들이 나눈 의견이 적혀 있었다. 요컨데 다른 주요 주주들도 자신의 의견에 찬성하고 있으니 제안을 이행하라는 주장이었다. 상대 회사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주주 제안과 결집으로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엘리엇은 CDK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첫 서신을 보낼 당시 4%가량을 보유했던 엘리엇은 9월말 현재 5.4%를 보유, 3대 주주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CDK의 사례를 보면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취할 '다음 전략'도 유추해볼 수 있다.
우선 꾸준히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주로서의 발언력 강화를 위해서다. 우호 지분을 포함해 6개월 이상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 임시 주주총회 청구권과 회사의 업무·재산 상태 검사 청구권을 확보할 수 있다.
조만간 두번째 주주 서신을 통해 삼성전자 가능성을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다른 주주들도 자신의 의견에 공감하고 있으며, 이를 최대한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미 영국의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가 엘리엇 제안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더 끌어내기 위해 자신의 제안을 받아 들였을때 삼성전자의 주가가 얼마나 오를 수 있을지 리서치 데이터를 공개할 수도 있다. 엘리엇은 CDK글로벌에 보낸 서신에서 '기술 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자로서 산업 전망에 막대한 자원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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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12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