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삼성생명 등기이사 가능성은?
입력 2016.10.20 07:00|수정 2016.10.20 09:19
    [Weekly Invest] 전자·바이오 그룹 현안 끝낸 뒤
    화재·카드 등 금융계열사 차례
    이 회장 지분 승계…결단 필요
    • 올 들어 숨가쁘게 진행되던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비금융계열사에 대형 이슈가 이어지며 우선순위기가 밀린 모양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말 삼성전자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다. 빠른 시일 내에 또 다른 그룹의 핵심 축인 삼성생명 이사회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은 아직은 높지 않다. 하지만 지분 승계·분할·지분정리 등 일련의 사전 작업이 끝난 후에는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의 '차례'가 돌아올 거란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왔다. 1월에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삼성생명이 매입했다. 4월에는 삼성생명 중심 금융지주회사 설립 실무 작업을 진행하다가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류했다. 이어 8월에는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을 삼성생명이 모두 인수했다.

      삼성증권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를 삼성생명이 매입하면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는 사실상 끝난다.

      다만 이를 실행하려면 지금보다 더 복잡한 사전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그룹 전체 지배구조 및 승계와 직결되는만큼 이 부회장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금융계열사 추가 개편은 ▲갤럭시노트7 쇼크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삼성SDS 물류부문 분할 등 시급한 그룹 현안이 해결된 이후에야 논의될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금융계열사와 큰 관계가 없는 행보를 해왔다. 경영자 수업은 대부분 삼성전자에서 받았고, 삼성생명에 대한 지분율도 0.06%에 불과하다.

      추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승계받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지분은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지분(19.34%)보다도 많은 최대주주 지분이다. 삼성물산→삼성전자에 이어 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양대 지배구조 축을 모두 이 부회장이 휘어잡게 된다.

      이 부회장이 지분을 언제 승계받을지, 얼마나 승계받을지가 확정된 이후에야 금융계열사 재편의 큰 방향이 다시 확정될거라는 평가다. 삼성물산이 삼성에버랜드였던 시절 이 지분은 반드시 전량 인수해야 하는 지분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금융지주사로 강제 전환되는 까닭이었다.

      삼성물산과 합병이 끝난 후 이 위험은 사라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원하는만큼만 승계하면 된다.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도 있고,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만 승계할 수도 있다. 이는 이재용 시대에 삼성그룹이 지배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큰 그림으로 연결된다.

      삼성생명 등기이사 취임 등 금융계열사에 대한 적극적인 관여도 지분 승계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일단 현재까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내부의 기류는 '이 부회장이 금융계열사 운영에 적극 개입할 것 같지 않다'에 쏠려 있다.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계열사 지분 정리도 선행돼야 한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15%의 지분을 더 사야 한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물산을 매개로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돼있다. 현 상태에서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을 늘리는 건 불법이다.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4.7%을 처분해 순환출자를 끊어야 길이 열린다.

      비금융계열사 현안이 해결되고 그룹의 관심이 다시 금융계열사로 돌아오면, 사업 정리 및 개편에 대한 논의도 불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활발하게 논의되던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매각 가능성은 올해 잠잠해진 상태다. 두 회사가 다른 금융계열사들과 함께 서초사옥에 입주하기로한 건 '일단 같이 간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삼성그룹이 보험과 자산운용으로 금융 부문 판을 짜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금융계열사 재편에 손을 대기 시작했을 때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이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