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합병 후 역(逆)시너지 우려
입력 2016.10.20 07:00|수정 2016.10.20 07:00
    KB, 통합법인 수장조차 못 정해
    미래·대우, '점령군' 논란 불거져
    •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마친 증권사들이 구조조정과 통합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시너지보다는 역(逆) 시너지가 우려되고 있어 M&A를 통한 업계 구조조정이 계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KB금융지주는 19일을 기해 현대증권을 100%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게 됐다. 현대증권은 내달 1일 상장폐지되며 현대증권 주주들은 교환받은 KB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KB금융은 이어 곧바로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을 진행해 연말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절차적으로는 통합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암초가 보인다. 현대증권 노동조합는 주식 교환에 대해 '일방적인 처사'라며 반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모회사 주식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중 대표소송제 입법을 추진하며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통합 일정이 한 분기도 채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통합증권사를 이끌 수장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직접 나서 적절한 인사를 물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런 와중에 현 대표이사(윤경은 현대증권 사장)는 자신이 속한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에서 자신에게 20억원의 성과급을 배정하며 '셀프 성과급' 논란을 불러 일으킨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문제는  KB금융과 현대증권 사이의 인사·임금제도 협상이 난항을 겪는 배경이 되고 있다.

      미래에셋과 미래에셋대우는 상대적으로 그나마 진전이 있는 편이다. 지난 14일 대표이사 및 사업부문별 대표 인사를 끝냈다. 각자 대표이사 3명 중 1명, 사업부 대표 15명중 7명을 대우증권 출신에게 배정하며 '통합을 위한 구색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실무선으로 내려가보면 갈등 소지는 여전하다. 미래에셋대우의 실무자급 영업직원들은 미래에셋증권이 '점령군' 행세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일부 부서가 아직 합병 전임에도 불구, 미래에셋대우의 실적을 바탕으로 영업을 다니고 있다는 불만이 회사 내부에서 제기된다. 홍성국 미래에셋대우증권 전 대표의 갑작스런 사임을 두고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  보직에 대한 불만론이 제기된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인수 이후 통합과정에서의 어려움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M&A와 업계 재편을 막는 고질적인 걸림돌로 분류되고 있다. 은행 만큼은 아니지만 비대한 지점조직에 대한 통폐합 문제까지 감안할 경우, 인수 이후에 치러야 할 어려움이 너무 막대해 섣불리 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 경직된 고용구조와 리테일(소매)에 편중된 수익 구조는 물론, 쉽지 않은 통합 과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입찰을 진행한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에도 LIG투자증권 한 곳만 참여하는 등 증권사 M&A가 유달리 인기를 끌지 못하는 주요 배경으로도 언급된다.

      일각에서는 대형 중국계 자본이 국내 증권사 등 금융회사 매물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하게 인수 또는 투자를 검토했지만 이런 배경으로 인해 실제 투자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만계 자본이 사들인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또는 중국계 자본이 인수한 '동양생명' 등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한차례 진행했거나 혹은 기존 주주가 다양하게 인력 효율화를 진행한 터라 쉽게 인수가 가능했다는 것. 반면 다른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여론의 반감을 감안할 때 인수후 구조조정과 통합 작업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없다는 의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