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적용 시 기업가치 4.6조~12조원 평가
회사 측 "단순 참고용...실제 기업가치와 거리 멀어"
-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밸류에이션 논란을 겪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스스로 평가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한 수치를 제시했다. 회사 측이 적용해봐도 PBR 기준 기업가치는 5조원 미만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후 시가총액 목표인 9조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회사 측은 "단순 참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1일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이달 17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기업설명회(IR)에서 기업가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기관투자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작업이 진행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IR을 진행하는 중 다수의 기관들이 문의하는 부분이 있어 해당 내용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그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사의 장래 생산능력과 성장성을 강조하기 위해 EV/pipeline, EV/Sale 이라는 방식을 밸류에이션에 활용했다. 하지만 대부분 생소한 평가방식인데다 다른 투자기업과 비교도 어렵다보니 주요 기관들은 "현재 공모주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평가방식도 공개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2위의 CMO업체인 스위스 '론자그룹'(Lonza Gropu AG)를 비교대상 기업(Peer Group)으로 선정해 PBR배수를 적용한 가치를 제시했다. 론자그룹은 작년 매출액 4조6500억원, 영업이익 5200억원을 기록했으며 현재 스위스 증권거래소에서 PBR배수 4.6배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재 순자산(자본총계ㆍBook Value)은 2조6965억원이다. 이 4.6배를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무려 12조4000억원이 추산된다.
-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순자산이 단 1년만에 이렇게 커졌다는 점이다. 알려진대로 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보유지분 91%와 관련, "비록 지분율이 높지만 2대주주 바이오젠이 지분 49.9%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돌렸다. 연결재무제표도 없애고 개별재무제표로 바꾼 결과다. 또 해당 주식은 '지분법 평가'와 공모과정에서 잘 쓰이지 않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을 도입해 시가(공정가치ㆍFair Value)가 '4조8086억원' 짜리라고 평가했다.
결국 똑같이 보유해오던 자산(자회사 주식)을 평가방법만 바꾸면서 무려 4조원이 훌쩍 넘는 자산 증가분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런 '바이오에피스 효과'를 걷어내고 난뒤 PBR을 적용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절반가량으로 떨어진다.
회사 측은 우선 바이오에피스의 투자지분에 그간 이에 투자한 출자액과 파생상품부채, 이연법인세부채 증가액 등을 감안한 평가액 1조7000억원을 산정했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순자산은 불과 1조원에도 못미친다. 결국 스위스 론자의 PBR을 적용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4조5700억원가량에 그친다.
혹은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완전히 제거한 후 나온 시가총액에 향후 보유하게 될 바이오에피스 지분의 평가액을 더해봐도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는 4조6000억원 수준에 못 미친다.
-
결국 회사 스스로도 현재 통용되는 PBR 가치평가를 적용하면 기업가치가 5조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된다.
회사 측은 스스로 제시한 이런 가치평가에도 불구,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모양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투자자 이해를 돕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PBR 가치평가 결과를 공개한 것"이라며 "단순 참고용일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가액 산정시 사용한 평가방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상장과정에서의 '고가밸류' 논란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스스로도 이 같은 계산법에 대해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대상 종속기업에서 제외하고 해당 주식의 공정가치 금액을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이익"이며 "당사의 영업과는 관계가 없는 회계적인 이익인 점을 숙지해 투자판단에 착오가 없길 바란다"고 제출한 상황이다.
바이오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본총계는 비교그룹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격차가 매우 크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실적과 미래 실적 전망의 차이를 어떻게 볼지가 투자자들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언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요예측일은 오는 26~27일 양일간 진행된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24일 18: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