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왜 2020년 가치를 지금 앞당겨 쳐줍니까"
입력 2016.10.26 07:00|수정 2016.10.26 07:00
    [취재노트] 현대로템·삼성SDS, 상장 후 급변한 '장밋빛 미래'
    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2021년에야 가동률 정상화
    해외 로드쇼 첫날 4兆? 27兆 몰렸던 삼성생명도 '주가 급락'
    • 누구나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법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기업은 행복한 미래의 청사진을 전문투자자와 대중에게까지 인정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밋빛 전망은 과장되고 우려할 만한 위험은 축소된다. 공모가격은 이런 편향된 미래에 바탕을 두고 계산된다. 여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게 수십·수백억원을 들여 고용한 상장 주관사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2013년 10월로 시계를 돌려보자. 현대차 그룹 계열 전동차·플랜트 제조업체 현대로템이 상장했다. 직전 3년간 현대로템의 실적 성장은 플랜트 부문이 주도했다. 그 해 현대로템 영업이익의 61%을 플랜트에서 벌어들였다. 대부분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고로를 지으며 벌어들인 수익이었다.

      상장 과정에서 '현대제철 고로 프로젝트가 끝나면 무얼 먹고 살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현대로템은 낙관했다. 튼튼한 실적(트랙레코드)을 바탕으로 해외 대형 사업 수주가 가능할거라고 강조했다.

      상장 이듬해인 2014년, 현대로템은 적자전환했다. 플랜트 부문 매출이 40% 가까이 줄었고, 이익은커녕 290억여원의 손실을 냈다. 한때 4만원을 넘나들던 거래되던 현대로템 주가는 올초 한때 1만원 근처까지 떨어졌다. 지금도 주가는 공모가(2만3000원) 아래에서 맴돌고 있다.

      2014년 10월 삼성SDS 상장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SDS는 물류 부문의 성장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2011년 5억원에 불과했던 물류 부문 매출액은 2014년 2조6000억원으로 커졌다. 공모 과정에서 삼성SDS는 2017년까지 삼성전자 해외 IT물류를 100% 확보해 4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물류 부문은 예상대로 순조롭게 성장 중이다. 지난 2분기 매출액도 전년대비 37.8% 늘었다. 다만 삼성SDS는 현재 물류 부문 분할을 검토 중이다. 제시한 청사진이 실현도 되기 전에 별개의 기업으로 떨어져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소액주주들은 이에 반발 중이다. 상장 직후 치솟았던 주가는 이후 2년간 줄곧 내림세다.

      2016년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 1362억원, 당기순손실 757억원을 기록한 바이오로직스는 스스로의 기업 가치를 11조원(할인 전 기준)으로 규정했다. 2018년 제3공장이 완공되면 세계 1위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생산기업이 되는데다, 블록버스터 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계열사(삼성바이오에피스)를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바이오로직스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바이오시밀러 공장은 완공 후 3년은 지나야 가동률이 안정화된다. 제2공장조차 올 상반기 가동률이 20%에 머문다. 1공장과 2공장을 합친 것만큼 큰 3공장은 2021년에야 정상 수준까지 가동률이 올라올 전망이다. 바이오에피스 지분 가치 역시 보유 중인 6개의 의약품이 상업화에 성공하고, 일정 부분 이상 시장점유율을 확보한다는 전망 아래 계산됐다.

      바이오로직스의 해외 로드쇼 첫날에 4조원이 넘는 기관투자가들의 신청이 몰렸다고 한다. 2010년 삼성생명도 그랬다. 기관 전체 신청 물량은 확정 공모가 기준 27조원에 달했고, 이 중 16조원이 해외에서 들어온 신청이었다. 일반 공모 청약에도 사상 최대치인 20조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지만, 삼성생명 주가는 상장 직후 급락해 4년 넘게 공모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취재 과정에서 한 투자 전문가에게 들은 말이 머리에 맴돈다.

      "바이오로직스는 그룹 지원이 끝난 상황에서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생존하기 위해 '거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미래 가치를 최대한 부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왜 2020년의 가치를 4년 전에 미리 예상해 그 값을 쳐줘야 합니까? 1998년 외환위기도, 2008년 신용위기도 불과 1년 전까지 이를 예측한 이는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