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선정된 증권사 일부 크라우드펀딩 사업 사실상 중단
세제 혜택 등 제도 보완 없이 플레이어 수만 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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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이하 중기특화증권사) 선정 평가항목에 크라우드펀딩을 필수항목으로 지정, 증권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중기특화증권사 평가항목에 크라우드펀딩 항목을 정식으로 추가했다. 그동안 정성평가요소로 분류해 가산점을 주던 영역을 필수 평가 항목으로 바꾼 것이다. 증권사의 시장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되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한 '강요'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시작한 증권사들은 시원찮은 성적을 내고 있다. 중기특화IB로 지정된 증권사 중 크라우드펀딩을 직접 진행하는 곳은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미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1건의 펀딩에 성공한 지난 8월 이후 펀딩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 역시 지난 7월 "키움크라우드 Season 1이 마감됐다"고 공지하며 사실상 사업을 종료했다. KTB투자증권도 이달 중순 1건의 펀딩을 진행한 이후 신규 펀딩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곳은 코리아에셋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이다. 양사는 중기특화증권사 선정 이전부터 사업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이들 증권사에도 한계점이 언급된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과 콘텐츠에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크라우드펀딩의 모양새만 내고 있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 IBK투자증권이 중개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크라우드펀딩이다. 총 제작비가 170억원에 달했던 이 영화에 IBK투자증권은 크라우드펀딩으로 5억원을 조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백억원대의 제작비가 소요된 대작에 5억원을 조달한 건 대외적으론 홍보가 됐을진 모르겠으나 크라우드펀딩으로서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있다"고 언급했다.
투자자 참여도 저조한 상황이다. 투자 가능 금액이 적고 세제 혜택도 부실하다. 동일 기업에 최대 200만원까지, 연간 누적 5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이 정도 투자금으로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추구하기 어렵다. 해외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성장 동력이었던 세제 부문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크라우드펀딩 관계자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관련 제도를 마련하는 데 까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크라우드펀딩 담당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기특화증권사 선정을 위해 급하게 기존 인력을 파견한 터라 소수 인원으로 사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중개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당면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금융 당국은 중개업자 수만 늘이는 데 치중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도도 정비하기 전에 플레이어의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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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21일 14: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