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만큼 팔리겠죠"…LG화학 '볼트' 판매 전망 공개에 당황한 GM·LG전자
입력 2016.10.27 07:00|수정 2016.10.29 17:37
    [취재노트]기존 모델 2만대 중반 판매 상황에서, 신모델 '3만대' 발표
    국내외 주요 외신 통해 전망치 보도…LG화학 "개인적 의견일 뿐"
    완성차·부품사간 반복되는 정보공개 논란, '조급함' 반영됐다는 지적도
    • LG그룹의 전기차 사업 본격화의 첫 단추로 꼽힌 GM의 2세대 순수 전기차 ‘볼트(Bolt)’의 내년도 판매량 전망이 LG화학을 통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연간 ‘3만대’다.

      아직 개화가 시작하지 않은 전기차 시장 내에선 적지 않은 수치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과 그간 기대감을 불어온 사업 치곤 소박했다는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부품사가 완성차의 판매 전망을 외부에 공개한 것을 두고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LG화학은 지난 18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GM의 2세대 전기차 볼트 내년도 판매 전망을 묻는 질문에 처음으로 구체적 수치를 밝혔다. 강창범 LG화학 전지부문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순수 전기차 볼트(Bolt)가 내년도 약 3만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대당 60KW/A의 자동차 전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내년)매출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KW/A당 공급 가격을 145달러로 공개된 점을 반영할 때 매출 기여도는 약 3000억원 대로 집계되고 있다.

      발표 직후 국내 언론은 물론 주요 외신들도 LG화학이 밝힌 볼트의 '3만대' 판매 전망을 기사화했다. 그간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383㎞에 달하고, 가격대를 3만불 수준으로 낮추는 등 GM입장에선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진입을 알리는 모델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LG그룹도 주요 전장부품 11종을 공급하고, 전 차량에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하는 등 사실상 첫 자동차 전장 진입사업 성과를 보이는 모델이란 점에서 영향력이 컸다.

      시장 관계자들은 LG화학이 공개한 3만대 판매 전망에 대해선 ‘합리적인 목표’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전기차 시장 본격화를 앞둔 상황에선 기대감이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미 이전 모델인 전기차 볼트(Volt)가 미국에서만 2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올해 연간 판매량이 2만대 중반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새 모델인 볼트(Bolt)의 판매 전망이 다소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부품 공급사인 LG화학이 완성차의 판매 전망을 공개한 점이다.  그룹 내에서도, 업계에서도 이런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LG전자·LG이노텍 등 볼트에 전장부품을 함께 공급하는 계열사 관계자도 "그룹차원에서 확인된 전망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허황된 수치를 밝힌 후 부진한 판매량을 보이기보다 처음부터 보수적인 숫자로 대응하는게 나은 전략이라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핵심 부품 공급사가 완성차 전망을 공개한 건 이해할 수 없다"라며 "3만대라는 숫자가 결코 적은 판매량은 아니지만, 해외 애널리스트들도 연간 3만대~8만대까지 기대한다는 평가가 있었고, GM도 비공식적으로 5만대까지 기대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공식 발표가 기대 심리를 꺾은 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에 LG화학은 진화에 나서고 있다.LG화학 관계자는 “회사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라 강 상무가 해외 보고서들에 나온 전망치 숫자를 참고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LG화학과 GM간 정보공개를 두고 '호흡'이 맞지 않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GM에서 LG화학에서의 '키로와트 당 145달러'라는 배터리 공급가격을 유례없이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기존 시장가격에 절반 이하에 불과한 가격대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저가 수주' 논란이 촉발됐다.

      한 증권사 전장부품 관련 애널리스트는 "GM도 기존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이 열리면서 뒤늦게 뛰어들었고, LG화학도 '테슬라'라는 선두 완성차 업체에 공급을 놓치면서 후발주자로 진입한 상황이다보니 성과 가시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아왔을 것"이라며 "이 같은 해프닝도 결국 양 사의 조급한 상황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