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삼성전자 데이... 오로지 "기다려달라"
입력 2016.10.27 15:42|수정 2016.10.29 17:36
    주주환원, 컨콜서 '11월 내놓겠지만 확정안은 아냐'
    갤노트7, 재발방지나 추정 원인에 대해 원론적 입장만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말로 설명하고 책임져야"
    • 삼성전자에게 27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주주제안 이후 극도로 말을 아끼던 삼성전자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알맹이는 아무것도 없었다. 삼성전자는 여론을 의식한 듯 몸을 낮추고 이야기를 경청하겠다는 자세를 보였지만, 한달 가까이 지속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만한 힘있는 메시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슷한 시간대에 진행된 두 행사의 주요 이슈는 서로 달랐다. 300여명의 소액주주가 모인 임시주총장에서는 갤노트7 폭발 사태가 단연 화두였다. 반면 투자자들이 주축이 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주주환원 정책이 주로 언급됐다.

      삼성전자는 임시주총에 정식 상정된 안건이 통과된 후, 별도로 갤노트7 사태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만드는 성의를 보였다. 신종균 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품질 결함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저희의 원칙이며 큰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말씀 드린다"고 거듭해서 말했다. 신 사장은 갤노트7 관련 보고에서 세 차례에 걸쳐 '사과드린다'는 표현을 썼다.

      다만 재발방지책이나 추정 원인에 대해서는 파악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1차 발화 후 리콜 제품에도 삼성SDI 제조 배터리가 들어갔나'는 주주의 질문에 대해 신 사장은 "고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며 모든 원인을 검증하고 다시는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고치겠다"고 동문서답했다. 준비된 원론적인 발언만 되뇌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주주가 재차 '리콜 제품에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중국회사가 공급한 배터리가 전량 들어간 게 아니냐'고 묻자 신 사장은 잠시 침묵하다 "배터리 하나만 문제라고 생각할 게 아니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면밀하게 조사를 하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공식입장이 나온 컨퍼런스콜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달 초 엘리엇이 30조원 특별배당 등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제안했을때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터라,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고조돼있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의 입장은 결국 '유예' 였다. 11월말까지 전반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해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구체적인 실행안이 나올 가능성은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방향성을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11월 발표 내용이 확정적인 내용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결국 두 행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삼성전자의 입장은 '기다려달라' 하나인 셈이다. 갤럭시 브랜드의 존폐 여부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달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약했다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점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이사회에 관례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사 25년만의 등기임원 선임인데다 갤노트7 단종이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그룹의 수장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주주와 투자자에게 보여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주주발언을 통해 "월급사장의 입에서 얘기가 나온다고 신뢰를 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말이 조직 내부 구성원의 에너지를 통합하고 외부 관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