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증자하나 경영상황 상관없이 명칭사용료·배당 계속 가져가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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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를 통한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원리금을 보장하는 농업금융채(이하 농금채)를 농협중앙회가 발행, 이 재원으로 증자한다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증자가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어느 특정 민간 금융회사의 자본확충을 위해 정부가 직접 보증에 나서주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오는 11월까지 금융당국에 제출할 자본적정성 관리계획안에 농협중앙회의 증자를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금융지주가 자본확충 계획을 세우며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조건부자본증권(Tier1 코코본드) 발행 또는 증자 등으로 국한된다. 이 가운데 전자는 비상장 은행지주의 코코본드 발행을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당장 가능하지 않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안은 직접 자본을 수혈할 수 있는 증자다. 농협금융지주의 100% 출자사가 농협중앙회다 보니 외부 조달보다는 재원 마련을 위해 상대적으로 저리인 농금채 발행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농금채는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이다보니 우리로서도 비용부담이 적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농협중앙회가 농업협동조합법상 자기자본(16조5000억원)의 5배 이내까지 농금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다 발행한 잔존 농금채 규모가 8조6000억원이다보니 여유도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증자가 진행될 경우, 이번 거래는 향후 농협금융지주 증자의 '시금석'으로도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신-경분리에 따라 설립된 이후 한번도 증자에 나서지 않았고 이번이 첫 증자 시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농금채는 특수금융채로 정부가 원리금을 보장하고 있고, 이로 인해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국채'와 같이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다. 이로 인해 다름 금융채보다 금리도 낮은데 최근 3년간 농금채 금리는 2~3%대, 지난 9월 발행 금리는 1.64%에 불과하다. 농민지원과 이를 위한 농협경제지주의 지원을 목표로 이 같은 보장방안이 마련됐다.
지난 2012년 신-경분리 이후 4조5000억원 규모의 농금채에 대해서 정부가 예산을 써서 이차보전(국가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리자금을 지원할 때 지원자금의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차 발행하는 부분을 보전)을 제공한 것도 같은 차원으로 풀이된다. 5년 한도로 제공된 이차보전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추가로 5년을 더 연장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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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 산하에 있지만 사실상 민간금융회사 성격이 강하다. 게다가 농협금융지주가 증자가 필요하게 된데는 바젤III로 인한 자본 규제 강화와 함께 농협은행의 방만경영과 부족한 리스크 관리 등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작년 농협은행은 '빅배스'를 단행해 상반기 적자를 냈고 결국 금융지주에 요구되는 자본확충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마디로 농협금융의 자체경영 능력 부재에 따른 실적저하가 이유이다.
결과적으로 농금채가 농업금융지주 증자 재원이 되면 민간 금융회사가 경영을 잘못해서 자금이 필요하게 됐는데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으로 이를 도와주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로부터 매년 사전에 미리 확정한 '수익'을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증자방식의 논란거리다.
금융업계에선 농협금융지주나 은행이 자본을 유보하기 어렵고, 순익이 나도 적자가 되는 주요 원인중 하나로 이들이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농협중앙회에 내는 3000억~4000억원 규모의 명칭사용료라고 지적해 왔다. 금융당국도 올해 농협금융지주 경영실태 평가를 통해 낮은 등급을 주며 자본확충 미비 등 열악한 경영실태의 근본적인 이유가 명칭사용료에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농협중앙회도 농협금융지주의 자본부족을 야기한 원인 제공자라는 의미. 그래놓고 정부 보증채권으로 이 부족한 자본을 채우고는 다시 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로부터 또 배당을 타가게 되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에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달성해야하는 순익을 제시하고서는, 사전에 정한 명칭사용료와 배당을 챙겨가는 식이었다"며 "경영 실태나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없이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을 활용해 증자하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
실제로 올 연말 농협금융지주가 목표하는 순익 수준은 3000억원대다. 이 순익이 발생한다고 해도 농협중앙회에 명칭사용료를 주고나면 남는 수익은 거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그간 농협중앙회가 증자에 우호적이지 않다가 저리에 증자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가 명칭사용료와 함께 증자 후 배당을 가져가기 위한 명분이라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의 농협의 방만 경영이 자본부족의 원인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 자체적인 자원조달보단 농협금융 차원에서 조달비용이 저렴한 농금채 활용해 증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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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0월 27일 13: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