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 자금조달 장기화 나섰지만 …높은 ‘은행 문턱’ 실감
입력 2016.10.31 07:00|수정 2016.11.01 18:53
    상반기 시중은행, LG전자 실적부진 등으로 장기대출 거부
    자금조달 계획 차질 불가피
    향후 투자건 몰려 있어 자금조달 고민 커질 듯
    • LG전자가 장기대출 등을 통한 차입금 구조 장기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선 은행들의 달라진 분위기로 인해 곤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예전 같았으면 은행들이 서로 대출에 나서려고 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은행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LG전자로서도 점점 더 자금조달 방법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이후 자금조달을 장기화하고 있다. 2013년까진 3년물, 5년물 중심으로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2014년엔 전체 회사채의 45%에 해당하는 5900억원을 10년물로 채웠다. 또한 이때 처음으로 은행 장기차입에 나서며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으로부터 각각 10년 만기, 15년 만기로 2000억원을 대출했다. 차입구조 장기화를 통해 일시적인 충격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올해엔 높은 ‘은행 문턱’을 체감하면서 이런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년 이상 장기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작년 대출을 진행한 국민은행·농협은행·우리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은 등을 돌렸다. 그나마 지난달 10년물 회사채를 1500억원 발행하긴 했지만, 이는 올해 은행에 요구한 장기대출 7000억원에는 크게 못미치는 금액이다.

    • LG전자 관계자는 “금리 조건 등으로 장기대출을 보류하고 있다”며 “현재 2~3곳의 은행과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대출에 영향을 준 것은 우선 LG전자의 실적부진이다.

      2012년 이후 LG전자의 영업이익률은 2%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은행 여신담당자들은 LG전자라 하더라도 실적개선 없이는 대출을 늘리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조선, 해운업의 부실로 은행들이 대기업 여신을 줄이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들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리 변동성이 커지게 될 것을 우려해 장기 대출을 꺼려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회사채 장기물에 대한 시장수요가 부진하다 보니, 회사채 만으로 차입구조를 장기화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10년물 발행을 놓고 신용등급이 AA+가 아닌 AA등급이라는 점과 장기 금리 인상 가능성 등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올해엔 금리조건이 좋아 발행에 성공했지만, 투자자들이 장기물을 선호하지 않아 계속해 장기물 발행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 해외를 통한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LG전자는 2012년 당시 한화 약 2630억원(2억1500만 스위스프랑)어치 4년 만기 외환사채를 발행한 이후 발행에 나서고 있지 못하다. 국제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앞으로 해외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좁아진 자금조달 문은 향후 투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앞으로 3년간 태양광 구미공장 투자에 약 52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여기에 신사업인 자동차 전장에서 꾸준히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들 투자는 당장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만큼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이뤄져야 한다. 결국 써야 할 돈은 많은데 조달이 예전처럼 쉽지 않으니 과거보다 은행권과 채권시장과의 긴밀한 관계유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자금조달에서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은행들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은 대출을 조건으로 계열 보험사의 상품 구입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LG전자로선 은행과의 관계가 중요해져 이들 요구를 무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국내 몇 안 되는 글로벌 기업인 LG전자가 시중은행을 통해 자금조달이 힘들어진다면 다른 국내 기업들 대다수의 장기 은행차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제 대기업 중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아니고선 은행문턱을 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LG전자는 "올해 필요자금은 조달했고 내년 필요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들과 사전 협의 중"이라며 "올해 장기대출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LG전자의 실적부진이 원인이 아니며, 장기대출을 꺼리는 시중은행들의 내부판단 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