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결국 대우조선 살리기로…정책목표는 '면죄부' 획득?
입력 2016.10.31 14:56|수정 2016.11.01 08:21
    대우조선 해양플랜트 부문만 축소키로
    시장 "정부가 대우조선에 이번에도 손 못대"
    상선시장도 신규수요 제한적…경쟁력 강화할 묘수 없어
    • 정부가 31일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쟁점인 대우조선해양 처리문제에 관해 시장이 우려한대로 대응책이 불명확했고, 결국 '살리기' 가닥만 드러났다. 이미 드러난 사실들에 대한 짜깁기성 방안과 사실상 "알아서 하라"는 방침이 방안으로 발표됐다.

      업계 경쟁력 강화가 아닌, 정부가 "할 만큼 했다"는 면죄부 확보용 껍데기 정책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산업계는 향후 조선사들의 신규수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내놓은 이런 미봉책 수준의 방안이 장기적으로 조선업계에 독(毒)이 될 것임을 우려하고 있다.

      ◇ "대우조선 해양플랜트 점진적 축소 계획"·3사 선박 수리·개조 등 신산업 진출 강화

      정부는 이날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최종안을 발표하며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며, 상선 등 경쟁력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효율화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조선 3사가 회사별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분야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유망 신산업을 발굴토록 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 수주절벽과 관련해선 "조선업의 단기적인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선박 조기 발주·선박펀드 활용 등을 통해 2020년까지 250척 이상, 11조원 규모의 발주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업 침체로 위기에 빠진 5개 조선밀집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2020년까지 3조7000억원 규모의 투·융자도 시행된다. 내년 중·단기 정책자금 2조300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이들 지역의 조선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 곁가지 정책으로 맹점 흐려…공급과잉 속 대우조선은 결국 생존

      10개월 만에 완성된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분량이 45쪽에 달한 만큼 방대한 범주의 정책이 담겼다. 그러나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대우조선과 연관해선 과거 언급됐던 자구계획을 반복하거나 구체적인 안이 배제된 중장기 계획을 그리는 수준에 그쳤다.

      조선업 강화 방안이 발표되자마자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역시나 이번에도 국책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우조선을 다른 대형 조선사로 합병시키는 등의 안에 손조차 대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예상했던 수준 이상의 '강력한 결론'은 역시 나오지 않았다"라며 "대우조선에 대한 신규 지원 없이 해양플랜트 영역만 줄이겠다는 보편적 그림만 그린 채 나머지 해결책은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는 모양새가 역력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선을 긋고 곁가지 정책만 방대하게 나열했다"라며 "결국에는 대우조선을 해체할 가능성 있다는 직접적인 언급이 누락됐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강화안 발표를 통해 스스로가 조선업 구조조정을 놓고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강화안 서두에 대거 열거한 글로벌 조선시장 내에서의 국내 조선사들의 상황은 모순적이게도 정부가 대우조선을 놓고 그리는 그림과는 불일치하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맥킨지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현재 선박 수의 약 60~70% 규모의 신규선박이 5년 내 공급 예정이므로 신규수요가 제한적"이라며 "한국의 경우, 선박 건조기간(2~3년) 고려 시, 2016~2017년 수주급감으로 2018~2020년 대형 조선 3사 조선·해양부문 매출은 최근 5년 평균의 50% 이하에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우조선 공급과잉 문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새로이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놓고 정부가 이러한 내용의 최종 주사위를 던지며 현재의 시장 내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할 길은 한층 어려워졌다. 국내 조선사들의 2016~2020년 기간 동안의 발주량은 과거 5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정부가 이처럼 계속해서 저자세만을 취한다면 조선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부정적인 상황만 반복되고 더 넓게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큰 틀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