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끝모른 부진에 ‘마지막 보루’ 채권 시장도 ‘흔들’
입력 2016.11.01 07:00|수정 2016.11.02 09:46
    회사채 시장 중요도 커졌지만 투자적격 끝단인 국제신용도
    실적변동 커지며 국제 신평사 시각에 힘 실리는 투심
    올해 성공적 채권발행 마쳤지만…지속가능성엔 '부정적'
    • LG전자의 자금 조달문이 좁아지고 있다. 은행들이 LG전자에 대한 장기여신 제공을 꺼리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내 LG전자의 위상도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LG전자의 실적악화까지 겹치며 우려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무디스의 ‘투기(junk)’ 등급 강등 가능성도 투자자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간접금융시장과 직접금융시장 모두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맞이한 상황이다.

      LG전자는 올해 총 7000억원을 목표로 10년 이상 장기 자금조달에 나섰다. 하지만 주요 자금조달 창구였던 은행권에서 예년과 다른 높은 문턱을 실감하고 있다. 은행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상대적으로 채권 시장을 통한 조달의 중요성이 커졌다.

      실제로 LG전자도 이를 인지하는 모습이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LG그룹이 발행 전부터 금리를 항상 높게 주고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등 기관들을 찾아 물량 인수를 요청할 정도로 다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비록 지난 9월 1500억원 규모의 10년물 장기채 발행에 성공해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주관사조차도 발행 전 '반신반의'했던 상황에서 나온 의외의 결과였다는 평가다.

      조달 분위기가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실적 변동성도 커졌다. 3분기 스마트폰 사업에서만 436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선 '투자 적격' 상실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무디스의 경고가 시장에서 다시 언급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 초 LG전자 신용등급 투자적격 최하 등급인 ‘Baa3’로 평가했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을 부여하면서 추가 하향 가능성도 내비쳤다. 올해 8월 재평가에서도 부정적 등급 전망은 유지됐다. 2%대 초반의 영업이익률과 자회사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이유로 제시됐다.

      LG전자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가전과 TV를 바탕으로 영업이익률 4% 달성해 반전을 보였고, LG디스플레이도 대규모 적자를 방어해 무디스가 제시한 하향 우려에서 탈피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가 G5 등 전략모델의 실패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보이며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현재 LG전자의 국내 신용등급은 'AA(안정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하향될 경우, 국내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이유다.

      임정민 NH투자증권 크레딧 연구원은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국내 크레딧 시장에서 견고한 위치인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신평사들의 등급 조정은 국내 시장에도 부담 요인”이라며 “국내 신평사들이 신용등급 선진화를 위해 글로벌 신평사들의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면서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실적을 반영해 등급을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LG전자는 “해외 신평사의 극보수적인 시각에 따른 신용등급 변동에 국내 신평사들이 동일한 액션을 취한 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한 국내 신용평가사도 LG전자의 신용도를 점검하면서 “LG전자의 스마트폰 부진과 TV사업 변동성 확대는 단기 수준을 벗어나 구조적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사업부문간 보완효과가 약화될 경우 등급 변동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해외를 통한 자금조달도 사실상 막혔다. LG전자는 해외 자금조달이 국내 조달보다 필요성이나 중요도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글로벌 신용등급으로는 해외자금 조달을 진행하더라도 성사가 어렵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지난 2012년 4년 만기 약 2630억원(2억1500만 스위스프랑)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공모를 통한 해외 조달을 중단했다.

      그간 적극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기발행 물량이 5조1000억원에 달하는 점도 추가 채권 발행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기관투자가들은 불안 심리를 내비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선 지난 2014년 국내 정유사들의 신용 등급을 두고 국내외 신평사간 등급격차가 벌어졌던 사례도 언급되고 있다. 국내와 해외 신용평가사들의 시각이 갈리는 경우 상대적으로 산업전망의 정확도가 해외 신평사들이 더 높았다는 의미다.

      당시 국내 신평사들은 향후 업황 악화 등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의 신용도를 하향조정했지만, 무디스 등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산업 전망을 반대로 바라보고 오히려 등급을 상승했다. 이후 호황기를 맞아 실적이 개선을 보이며 국내 신평사들도 등급 조정을 철회하는 ‘머쓱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기관투자자는 “국내와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재무적·사업적 ‘숫자’ 는 공통으로 보기 때문에 결국 등급이 갈리는 이유는 LG전자의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한 시각차이”라며 “현 상황에선 '무디스가 LG전자를 보수적으로 보는 시각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심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