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최대실적에도 부채비율 외줄타기
입력 2016.11.01 07:00|수정 2016.11.02 09:45
    [Invest Column]
    • 대한항공이 올 3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최고다. 분기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계기로 대한항공은 시장의 각종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1000%를 넘었던 부채비율이 917%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그간 대한항공을 둘러싼 각종 호재에도 불구, 시장은 끊임없이 재무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올 상반기 개별 기준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1109%(부채 21조4000억원·자기자본 1조9000억원). 이는 분기기준 최대실적을 기록한 2010년 3분기 591%(부채 15조3000억원·자기자본 2조6000억원)에 약 2배에 달했다. 대규모 항공기 투자와 호텔사업을 위한 출자 등 고차입 구조가 이어진 탓이다.

    • 부채비율이 1000%를 넘었다고 재무상황이 최악이라 단정짓기는 이르다. 하지만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회사가 발행한 채권에 대해 한꺼번에 상환압박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꾸준히 대한항공에 재무구조 개선책이 요구돼 왔다.

      사실 항공사에는 올해는 "이 같은 호황이 없다"는 말이 나올 상황이었다. 낮은 유가가 지속됐는데  2011년 1배럴당 120달러를 넘던 JET유 가격은 올해 들어 배럴당 48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1년 매출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이었으나 올해 1분기 유류비 비중은 29%까지 떨어졌다. 상반기엔 이보다 하락한 22.3%였다.

      원화강세도 계속됐다. 이 때문에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은 늘었고, 유류비를 비롯한 달러를 기반 지출이 줄었다. 외화차입금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에겐 원화강세 상황은 확실히 유리했다. 세월호·메르스사태와 같은 소비가 위축될 요인도 없었다.

      하지만 917%에 달하는 부채비율은 여전히 높다. 저유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환율 또한 그렇다. 미국 금리 인상이 가시화 할 경우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는 떨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중국정부의 한국행 관광객 감축정책까지 나왔다. 항공기 도입 스케쥴을 비춰볼 때 부채비율은 짧은 시일 내에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이에 대한항공이 내놓은 자구안은 영구채 발행 정도였다. 올해 30년만기 3억달러, 우리돈 약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을 추진했다. 하지만 해외투자자들과 발행금리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잠정 보류됐다. 회사가 제시한 7%내외의 금리도 투자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는 3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다시 영구채 발행에 나서겠다고 한다. 발행에 성공하면 부채비율을 700%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구채 발행도 궁극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결국 3년 또는 5년 후 회사가 갚아야 하는 빚이다. 상환하지 않을 경우 스텝업(Step-up) 조항에 의해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 마지노선인 7%의 금리로 발행을 한다 하더라도 3년 후엔 10%이상의 이자부담이 생긴다.

      근본적인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소유하고 있는 자산매각, 알짜사업부를 분할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방안 등 아직 카드는 남아있다.

      실제로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수년 전부터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부를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 물적분할 해 IPO하는 방법 등을 제시해 왔다. 연간 1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사업부를 끌어안고 있는 것 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IPO시 구주매출을 통해 수천억원의 현금유입효과도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의 주 사업부문과 연관성 또한 떨어지는 탓에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김해시에 위치한 사원아파트 등 보유 부동산 매각도 가능하다.

      시장은 아직 대한항공을 신뢰하지 않는다. 최근 회사채 발행에서 드러났듯 기관투자자들은 외면하고 있다. 영구채 발행 시도에서 회사의 눈높이와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괴리가 컸다. 회사 주가는 이 상황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해운산업 또한 호황일 때가 있었다. 한진해운은 세계 5위, 아시아 2위권 해운업체였다. 하지만 결국 경기침체의 파도를 이겨낼 체력이 없었다. 지금 대한항공도 '유례없는 호황'을 맞아 순항 중이다. 대한항공이 밝힌 "최대실적으로 재무불안 우려를 불식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말이 성급한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