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물 인선 실패한 상황서 관리형 인사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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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KB증권의 초대 대표이사 인선을 두고 '시간벌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합 증권사의 비전인 상업투자은행(CIB)에 걸맞는 인사를 선임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임기 만료를 감안했다는 의미다.
KB금융지주는 1일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을 결정, 합병 증권사 수장으로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현대증권을 인수한 지 무려 6개월만이다.
그간 KB금융은 통합 증권사 대표 인선에 난항을 겪어왔다. 합병을 2개월 남겨 둔 지난달까지도 움직임이 없어 기존 사장 두 명의 공동 대표 체제로 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진행됐다. KB금융그룹은 이달 내로 금융 당국에 합병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윤경은·전병조 공동대표체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우선 두 인사 모두 합병 법인의 수장으로 거론될 만큼의 대표성이나 상징성이 없다는 평가다. 이는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한 이후 꾸준히 제기된 약점이다.
윤 사장은 지난 2014년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올해 들어선 매각 직전 이사회에서 자신에게 고액의 성과급 지급을 결정해 '셀프 성과급' 이슈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전 사장은 기획재정부 본부국장 출신으로, 2008년 증권업에 처음 발을 들인 후 2014년 KB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했다. 모피아 출신이라는 점은 KB금융그룹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공동대표체제를 결정한 것은 KB금융이 충분한 시간에도 불구, 스스로 적절한 인선을 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드러낸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윤종규 회장의 임기 문제까지 겹치면서 현재 상태를 간신히 유지하는 '미봉책'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윤 회장의 임기는 2017년 11월까지다. 윤 회장이 연임우선권을 거부하면서 실질적으로 보장된 임기는 길어야 1년이다. 회장과 행장 겸직체제는 이보다 더 짧아질 가능성도 있다. 2014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비상경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부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그룹 전반의 대대적인 인사 개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KB국민은행장에 대한 하마평이 시장에서 오르내리고 있어 분리 경영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올해 초부터 은행장 자리에 박근혜 정부의 인사가 내정될 수 있다는 소문이 시장에 수차례 돌기도 했다. 아울러 윤 회장의 임기만료와 함께 정권 교체 시점도 맞물려 있어 KB금융그룹 전반의 조직 개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러니 이 시기에 KB증권 대표 인선도 그룹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 밖에 없다. 공동대표 자리에서 얼마만한 성과를 보여줄지 미지수지만 이런 상황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 대표에게 보장되는 임기도 1년 남짓한 시간이라 신규 인사를 채용하는 하기에도 무리가 따를 수 있다"면서 "인수 후 통합(PMI)을 이유로 기존의 인사를 활용해 시간을 벌 수 있는 정도"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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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01일 18: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