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매각, 이번에도 추진력 상실하나
입력 2016.11.03 07:00|수정 2016.11.04 11:44
    이사회 구성 등 판단에 따른 책임 필요한데
    행정부 '컨트롤 타워'는 흔들...임종룡은 부총리로
    • 우리은행의 다섯번째 매각 시도가 '최순실 게이트'라는 외부 변수로 인해 다시 무위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 이를 리드하고 책임질 '컨트롤 타워'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최고 의사결정라인이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인 게 우리은행 매각 성사 가능성을 크게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 매각은 현재 입찰을 앞두고 막바지 실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는 최근 국정 혼란에도 불구, 오는 11일로 예정된 입찰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윤창현 공자위원장은 "우리은행에 매각 진행에 큰 영향은 없다"며 "예정대로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인수 후보들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매각 성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와 공자위는 이번 매각의 인센티브로 '사외이사 추천권'을 걸었다. 4% 이상 지분을 인수한 주주는 추천권을 갖고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은행 이사회 11명 중 사외이사가 6명이다. 특히 최고경영자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만약 어피니티, 베어링 등 해외 사모펀드 중심으로 입찰이 진행돼 사외이사 중 상당수가 외국계로 넘어간다면 '민영화를 빌미로 우리은행을 해외에 매각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수자 선정은 단순히 시장 논리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평가가 이번 거래 관계자들 사이에서 보편화된 인식이었다. 매각 측에서 '비가격요소'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과거 4번의 우리은행 매각부터가 '적절한 주주를 찾아 경영권을 넘겨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무산됐다.

      매각의 적절성을 조율하고 판단하는 건 상당한 수준의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일이다. 이사회 구성을 위해 '비가격요소'를 평가에 반영한다면 더욱 그렇다.

      당장 최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행정부 최고의사결정 라인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야전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개각 대상이 됐다. 후임은 결정되지 않았다. 당장 금융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될 판국이다. 실무자들은 '변양호 신드롬'(공직자 보신주의)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 실사에는 현재 16곳의 인수 후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전처럼 단독 입찰을 유도해 유찰시키는 방식은 어렵다. 하지만 방법은 남아 있다. 이번 매각을 다음 기회로 미루려면, 예정가격(최소입찰가격)을 시장 예상치 이상으로 올리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당기순이익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수익성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4배로 농협은행을 포함한 5대 시중은행 중 최저 수준이다. 예가를 현 주가 수준보다 높여잡을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예가는 오는 11일 입찰 마감 직전 공자위 매각소위 위원들이 보안이 유지된 장소에 모여 최종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