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연말 인사, 최순실 게이트+임종룡 부총리 내정 ‘복병’
입력 2016.11.03 07:00|수정 2016.11.04 11:37
    당초 조선·해운 대규모 손실에 CEO 대규모 교체 가능성
    '식물정부' 상태로 바뀌면서 인사개편 가능성 축소
    농협금융 임종룡 위원장 경제부총리 내정...책임론 불거질수도
    • 조선·해운 부실 여파로 예고됐던 농협금융의 연말인사가 '최순실 게이트'란 대규모 복병을 맞았다.  당초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간 온갖 인사에 개입하며 '입김'을 불어온 정부의 권위가 완전히 실추됐고 힘이 사라졌다.

      오히려 '어부지리'로 기존 임원들이 생명연장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묘한 안도감(?)마저 거론되고 있다.

      올해 농협금융지주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농협중앙회 이사회를 중심으로 책임론이 불거졌다.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는데 “누군가는 나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이경섭 농협은행장, 김용복 농협생명 사장, 이윤배 농협손보 사장이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란 해석이다.

      한 농협 관계자는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에 재신임을 묻는 절차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지주 CEO의 대규모 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정감사 때도 정치권에서 책임론이 불거졌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은행이 1조2401억원의 대출부실에도 불구하고, 전임 농협회장에게 11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하고,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전현직 관련자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발발하면서 농협은 물론, 정부 영향력이 작용하는 주요 금융회사들의 금융회사들의 인사 움직임이 사실상 전면 스톱됐다. 그간 정부나 감독당국의 이런 저런 지시나 가이드라인을 받아왔지만 이런 움직임도 줄고, 설령 있다고 해도 권위가 없어진 것. 자연히  대규모 인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다.

      이로 인해 기존 임원들이 그대로 '어부지리'로 남게 되는 것 아니냐에 온 관심이 쏠려 있다. 한 농협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눈치를 봐야 하지만, 현 정부가 식물정부가 된 상황이라 농협중앙회 회장의 의사 결정이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농협금융의 대규모 부실과 관련, 농협 내부적으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책임론'도 불거졌지만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면서 상황이 미묘해졌다.

      임 위원장은 2013년 STX조선해양 부실이 터졌을 때 농협금융지주를 이끌고 있었다. 당시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은 채권단에서 발을 뺏지만 농협은행만은 충분히 회수가 가능하다는 판단에 STX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계속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 무렵 농협은행 전체 여신에서 조선이 차지한 비중은 6.7%였다. 이후 2014년에는 여신비중이 6.8%로 오히려 증가했다. 해운여신 비중도 2013년 1%에서 2014년 0.9%로 유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에만이라도 제대로 된 여신 관리가 됐더라면 올해와 같은 농협은행의 대규모 손실은 없었을 것이다”라며 “임 내정자는 이번 농협금융 대규모 부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 위원장의 위치도 아직 확고하지 않다보니 농협금융의 정무적인 판단도 어지러워졌다는 점이다. 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신뢰받은 인사로 꼽히지만 금융위원장 재직 과정에서 이렇다할 구조조정 전반 지도 역할을 해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 위원장이 정치권의 반대를 극복하고 경제부총리로 자리를 잡게 될 경우. 현재 사퇴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경우 임 내정자가 농협금융 회장을 지낸 시절 부사장 등을 역임하는 등 임 내정자의 신망이 두터운 인사로 꼽혀 '재기'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 내정자가 경제 수장이 된다면 농협금융이 이 은행장 등 관련 인사를 쳐낼 수 있겠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임 위원장이 확고한 경제 컨트롤타워가 된다고 당장 단언하기도 이르다. 이럴 경우에도 과감한 내부 인사는 복잡한 결정이 된다.

      결국 최근 KB금융지주의 KB-현대증권 공동대표 선임과 유사하게 기존 인사들을 그대로 살려두는 미봉책이 곧 최선책이라는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러다보면 농협금융의 부실에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이 고스란히 임기를 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정국에서 정부 관련 조직에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기는 힘들 것이다”라며 “수뇌부가 모두 바뀌는 판국에 밑에 실무진을 바꾸게 될 경우 혼란만 더 커진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