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 논란 재점화
입력 2016.11.03 07:00|수정 2016.11.04 11:43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
    탈락·선정 업체들, 미르재단·K스포츠 설립에 출연
    "정치논리로 사업권 획득여부 갈렸나" 의혹 커져
    올해 사업운영권 획득 기업들, 공정성 확보 가능 의문
    • '최순실 게이트'가 국내 면세점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 과정과 재입찰 결정 과정에 최순실씨와 연관된 정치논리가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불거지면서다.

      그러지 않아도 정책 리스크에 피로감이 누적됐던 면세업계는 예측이 어려운 정치적 변수를 추가로 마주하게 됐다. 면세 사업자들과 이번 게이트 간의 유착관계가 명백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진행 중인 3차 입찰전 결과가 공정성을 가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미르재단·K스포츠에 출연한 대기업 명단에 면세업자들 대거 포함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시장에 새로이 진입한 사업자들과 사업권 박탈로 여파가 컸던 기존 사업자들이 모두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두 재단의 설립을 위해 지난해 연말과 올초에 걸쳐 워커힐 면세점의 모그룹인 SK그룹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관 모금을 통해 111억원을 출연했고, 롯데면세점이 속한 롯데그룹도 K스포츠재단에 17억원(롯데케미칼), 미르재단에 28억원(롯데면세점)을 출연했다. 신규 사업자들이 속한 두산·한화·신세계그룹 역시 같은 경로를 통해 두 곳의 재단 혹은 한 곳의 재단 설립과 관련된 출연금을 납부했다.

      공교롭게도 15년 만에 선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시기(작년 11월)와 올해 진행되는 재입찰전의 결정 시기(올해 4월)가 두 재단의 설립 시기(각각 지난해 10월, 올해 1월)와 겹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자 선정 과정과 해당 재단 설립을 두고 유착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면세업계의 최대 화두가 '정책 리스크'였던 만큼 시내면세점 입찰전에 해당 재단의 설립을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가 개입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관세청이 심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기존 사업자의 사업권을 박탈하고 면세업과 무관한 기업들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등 면세업계에서는 작년 한해동안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들이 전개됐다. 마치 특정 기업에 사업권을 돌려 주려고 입찰전을 다시 치르기로 한 것처럼 보이는 정부의 급작스런 결정 역시 업계의 설득력을 얻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했고 일관성도 떨어졌다.

      면세기업에 투자한 국내외 투자자들은 "정책 리스크로 인해 (면세업자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무너진 지 오래"라며 "정부의 고무줄 정책 때문에 자율경쟁을 통해 성장해야 할 면세업의 경쟁력만 훼손되고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국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롯데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십억원을 출연해서 올해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공고가 롯데 측에 유리하게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관세청은 이를 부인했다.

      ◇ 내달 추가 사업자 최종 선정까지 '잡음' 불가피 전망

      당장 다음날 추가로 발표될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소진세 사장·이석환 상무와 SK그룹의 박영춘 전무가 두 재단의 출연금 납입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현재 재단 설립에 개입된 다른 기업들의 고위 관계자 소환 조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검찰조사 내용에 따라 특정 기업에 대한 관세청 심사결과가 부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입찰 평가 기준은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 5개로 1000점 만점이다. 마지막 항목이 현재 문제시되는 '공정성'과 연관된 항목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기업 부문에서 3곳을 추가로 선정하는 3차 입찰전에는 롯데와 SK를 비롯해 신세계·HDC신라·현대백화점이 참여했다. 현대백화점만을 제외한 4곳 모두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납부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기업의 전략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최종 사업자 발표는 이르면 내달 중순 이뤄진다.

      기존 사업자들이 잃어버렸던 특허권을 탈환하든 신규 사업자가 사업권을 획득하든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이번 입찰전은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되더라도 한동안 공정성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아니더라도 심사표 공개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또다시 제기되면서 업계 피로도가 쌓이고 있던 차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연말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굉장히 첨예한 변수가 발생했다"라며 "그러지 않아도 각종 정책 변수로 예측이 어려웠던 입찰 결과의 향방을 더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