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계정, 모태펀드 출자금 절반 가까이 담당
"펀드 결성 줄어 투자 위축" vs "회수금으로 출자 가능…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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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모태펀드 중진계정 신규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중진계정은 매년 모태펀드 출자금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어 이를 두고 업계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모태펀드 신규출자 및 펀드결성이 줄어 중소·벤처기업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반면, 회수한 자금을 활용해 재출자 한다면 투자-회수-재투자라는 벤처투자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모태펀드 중소기업진흥계정(중진계정) 신규 출자금을 반영하지 않았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중진계정이 모태펀드에 신규로 출자하는 금액은 0원인 셈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중진계정 신규예산을 편성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전액 삭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모태펀드는 중소기업진흥공단·문화체육관광부·특허청·미래창조과학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 등 8개 정부부처로부터 출자금을 받아 운용된다. 주목적 투자대상 및 투자목적에 따라 중진·엔젤·문화·스포츠·특허·보건 등 10개 계정으로 구분된다. 각 계정별 주무부처가 모태펀드에 출자하면 이를 토대로 한국벤처투자가 계정별 자(子)펀드를 조성한다. 중진계정은 창업초기 벤처기업이나 초기단계의 중소기업 투자가 주목적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중진계정 신규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신규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진계정이 모태펀드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2014년 말 기준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조성된 펀드 10개 중 7개는 중진계정의 출자금을 받아 결성됐다. 출자금액 면에서도 중진계정은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모태펀드 계정별 신규예산 3961억원의 38%인 1520억원을 중진계정이 담당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중진계정 예산이 0원이라 중소·벤처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중진계정 내에서도 청년창업, 여성기업, M&A-세컨더리 등 분야별로 나눠서 (출자)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펀드결성 규모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탈(VC)업계 역시 펀드결성이 줄어 신규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VC업체 운용역은 "매번 출자사업에서 중진계정이 출자하는 금액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신규펀드 규모가 줄고 결성되는 펀드 수도 적어질 것"이라며 "당장 배정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기 때문에 한국벤처투자가 펀드조성에 안일하게 대처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중진계정 출자분야 가운데는 M&A, 세컨더리 등 펀드결성이 무산되는 분야가 있다. 업계에선 해당 출자분야를 고려해 모태펀드 출자비율 등 펀드조건을 조정하거나 각종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한국벤처투자는 "내년에도 해당 계정 예산이 배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월해 출자사업을 진행하면 된다"는 입장만 내놨다.
투자위축 우려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현재 중진계정에서 회수한 자금을 활용해 충분히 신규펀드를 조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모태펀드에 매년 정부자금을 출자할 수는 없다"며 "신규펀드는 이전 출자금을 회수한 자금으로 조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회수한 투자금을 활용해 재출자하면 투자-회수-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벤처펀드·투자가 정부자금 없이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VC업계에선 기재부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가능한 시나리오 인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한다.
일단 그간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의 출자자 중 정부 기관이 제공한 금액의 비중은 2011년부터 줄곧 50% 이상을 차지했다. 달리말하면 정부기관 출연이 없으면 신규결성 벤처펀드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VC업체 운용역은 "올해 9월까지 중진계정에서 회수한 자금은 2000억원 정도"라며 "2000억원이 (신규펀드 조성에)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해 기재부와 중기청 간에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금을 재출자해 궁극적으론 민간자금 만으로도 벤처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재부의 입장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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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03일 15:5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