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혼란에 지형도 변화까지, 딜라이브 매각 '안갯속으로'
입력 2016.11.08 07:00|수정 2016.11.09 09:31
    잠재 후보 통신3사, '최순실 게이트' 여파에 대형 M&A 무리
    통합방송법 개정·유료방송 발전안 등 정책 제동 불가피
    업계 1위 CJ헬로비전 '성장' 선택…딜라이브 입지 좁아져
    • 자문사 선정으로 재매각을 준비해온 딜라이브 M&A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딜라이브 인수 잠재후보군들의 발이 묶였다. 규제 환경도 불안해졌고 내년 말 대통령 선거 영향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매각 가능 시간은 줄어들었다.

      또다시 대출 만기 연장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직전까지 딜라이브 매각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기존 유선방송자업자(SO)들이 형성한 '침묵의 카르텔'만 깨고 권역 별 분리 매각과 같은 거래 구조 정도만 확정하면 됐다.

      여기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무산으로 딜라이브 매각을 둘러싼 암울해진 분위기도 잠깐 반전되는 듯했다. 통합방송법 개정을 전제로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인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유료방송 권역제한 제도 폐지 내용이 담긴 '유료방송 발전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 제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불허한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잠재후보군인 SK그룹과 KT 등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연루됐다. 사태 영향이 재계 전반으로 퍼지면서 LG유플러스가 속한 LG그룹도 신규 M&A 추진은 불투명하다.

      게다가 검찰은 최순실씨 수사 일환으로 시중 은행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들 대부분이 딜라이브 매각을 주도하는 대주단이다. 통합방송법 개정과 미래부의 유료방송 발전방안 마련 역시 현재로선 무의미해졌다. 인수금융 대출 만기는 2019년 중반이지만 남은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내년은 12월 대선이 있다. 이듬해 2018년 2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든 것은 원점이 된다. 통합방송법 개정이나 유료방송 발전방안 역시 방향이 재설정될 수도 있다. 매각 개시 시점도 그 이후로 잡아야 한다.

      더 큰 고민은 매각 전까지 딜라이브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을지 여부다.

      딜라이브는 올해 대표 교체 후 넷플릭스와 손잡고 OTT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트디즈니 자회사 A&E네트웍스와 제휴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향후 1~2년 내 성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각 지연과 리파이낸싱으로 이미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MBK파트너스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은 대주단도 마케팅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지원할 상황이 못된다.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채무부담은 여전하다. 7월 대주단 출자전환으로 차입금이 1조4000억원으로 줄었지만 만만치 않다.

      그사이 1위 사업자 CJ헬로비전 매각이 아닌 성장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룹 차원의 지원 가능성도 커졌다. 케이블TV연합회의 '원케이블' 사업을 주도한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업계 내 CJ헬로비전 영향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업계 2위인 딜라이브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졌다.

      대주단 내부서도 매각을 통한 대출금 회수 가능성을 놓고 시각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조2000억을 받으려면 가입자 1인당 100만원 가치를 받아야 해 무리가 있고 60만~70만원으로 낮춰도 쉽지 않다"면서 "케이블 TV산업도 침체기인 상황에서 그만한 값을 주고 살 후보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도 "시장 진출을 노린다면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사는 게 더 낫다"면서 "케이블TV 시장이 점차 활기를 잃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딜라이브를 매물로 내놓을 때마다 더 낮은 평가를 받고,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