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교보생명... IPO·매각·증자 모두 '난항' 예고
입력 2016.11.09 07:00|수정 2016.11.09 18:36
    [Weekly Invest] FI 압박에 자본확충 컨설팅 의뢰 나서
    주주 상당수가 FI…증자 쉽지 않고 IPO 약속도 못 지켜
    주주간 계약 끝났지만 FI들도 하릴없이 '관망'만
    • 국내 생명보험사 '빅3' 중 하나인 교보생명이 나아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하는 궁지에 몰렸다. 교보생명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FI)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됐다. 별다른 대안 없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규제의 사슬만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다.

      교보생명은 최근 회계법인 4곳과 글로벌 투자은행(IB) 3곳에 컨설팅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최적자본구조 확보를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달라는 내용이다. 기업공개(IPO)를 해야할지, 증자를 해야할지, 후순위채를 찍을지, 자본을 확충하려면 얼마나 해야 하는지, 올해 솔벤시II(Solvency II)를 도입한 유럽 보험사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리서치를 해달라는 것이다. 투자금 엑시트(Exit)가 필요한 재무적 투자자 주주들이 끈질기게 요청하면서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그간 교보생명은 어려운 보험시장 환경 속에서도 견실한 실적을 내곤 있지만, 회사의 근간인 주주 구성과 자본 확충 문제에서만큼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선 솔벤시II는 물론,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등 자본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규제 도입은 이미 코 앞으로 다가왔다. 교보생명의 자기자본은 7조6000억여원으로 삼성생명(25조원)·한화생명(10조원) 대비 부족하다.

      규제가 도입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자기자본이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아질 수도 있다.

      결국 자본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상증자다. 다만 교보생명의 주주 구성을 보면 증자를 선택하기 쉽지 않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39%의 경영권 지분을 가지고, 나머지 지분 대부분은 FI들이 나눠가지고 있는 형태다. 새 규제에 대비하려면 조 단위 증자가 불가피한데, 신 회장이 수천억원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조달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신 회장은 지난 2007년 37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도 전액 실권을 택했다.

      나머지 주주들은 대부분 사모펀드다.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에 수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외부 제3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어렵다. 기존 투자자들의 지분이 희석될 뿐더러,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태로워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기업공개(IPO)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예고된 규제와 자본확충 이슈로 보험사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골칫거리다.

      당장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은 0.6배 수준에 머문다. 이를 감안하면 교보생명도 시가총액 4조원 이상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이는 FI들의 투자 원금(주당 18만~25만원) 보다도 오히려 크게 낮은 수치다. 이 정도 밸류에이션이면 IPO를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교보생명 스스로도 당초 두 차례에 걸쳐 IPO를 약속했지만, 모두 지키지 못했다. 2007년 투자자들에게 2012년 상장을 약속했지만 미뤄졌고, 2012년 새 FI들에게 2015년 9월말까지 상장을 약속했지만 역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새로운 약정을 맺지 못한채 2017년까지 상황을 본다는 암묵적인 합의만 이뤄진 상황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PO는 현 상황에서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컨설팅 역시 IPO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IPO로 투자회수(exit)를 하려던 FI들 역시 현재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2012년 맺은 주주간 협의가 지난 9월부로 끝났다. 이에 따라 원한다면 각 PEF들이 자사가 보유한 지분을 개별 매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관망하는 자세다. 비상장 보험사 지분을 매각할 곳이 마땅치 않고, 개별 매각에 나서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도 없는 까닭이다.

      이들은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사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put-option)도 가지고 있다. 물론 행사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신 회장이 이를 받아주려면 1조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동원해야 한다. 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FI들도 이해하고 있다.

      답답하지만 PEF 특성상 완전히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들은 리파이낸싱으로 재무 부담을 줄이며 교보생명과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교보생명의 컨설팅 의뢰도 일부 FI의 압박이 배경이라는 후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FI들이 투자할 당시에는 2020년으로 예정됐던 IFRS4 2단계 도입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장이 미뤄지고 자본확충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며 회사도 투자자도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