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팔려야 성공?…본입찰 눈앞 우리은행 매각, 불투명한 요소 산재
입력 2016.11.10 07:00|수정 2016.11.10 07:00
    이사회 장악 불확실성·추천권 소멸 우려에…정부 “기우(杞憂)”
    MOU 족쇄 풀 ‘성공’ 기준 모호…”돈만 쓰고 족쇄는 남을라”
    정부, 예가 높이기도 낮추기도 어려워…책임질 선택 가능할지 미지수
    • 우리은행 매각 본입찰이 코 앞에 닥쳤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정부가 부여하기로 한 인센티브와 매각 성공 기준, 잔여지분 처분 계획 등이 모호하다며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정부는 매각 성사를 위한 방향성은 정해졌으며, 애매한 부분은 과점주주의 기대에 맞춰 나간다는 방침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우리은행 매각자 측은 오는 11일 본입찰에 앞서 예정가격 및 비가격적 평가 기준 결정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인수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실사에 임했고, 4~8%씩 쪼개 팔아 부담을 줄였기 때문에 매각 성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화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전략적투자자(SI)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투자자 “사외이사 실효성 있을까?”…정부 “기우(杞憂)일 뿐”

      반면 인수자 측에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에 불확실한 면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투자 수익 실현이 최우선인 재무적투자자(FI) 쪽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높다.

      우선 사외이사 추천권이 투자유인 요소인 점은 분명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인수전에 참여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인수적격자로 선정되는 PEF가 적거나 SI들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쓰지 않아 과점주주 측 사외이사가 과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발언권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4% 인수자에 임기 2년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고, 6% 이상 지분을 사들이는 인수자가 추천한 사외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우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외이사 임기 만료 후 사외이사 추천권의 효력이 유지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정부에 문서로 사외이사 추천 권한을 유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인수 후보도 있었다.

      정부는 그러나 사외이사 추천권과 관련한 걱정은 ‘기우(杞憂)’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를 제외한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6명이다. 이중 4명이 내년 3월, 나머지 2명은 그 다음해 임기가 만료된다. 일시적으로 사외이사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기존 사외이사보다 적은 수의 추천권이 행사되는 경우는 ‘산술적’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또 이사회의 경영자율성이 보장되고 후임 사외이사 추천권도 스스로 행사하면 되기 때문에 정부가 법적 보장에 나설 영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우리은행에 이사회 중심 경영자율성을 보장하기로 했기 때문에 정부는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최소한의 역할만 할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의심을 가지는 곳에는 매각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나 팔려야 MOU 해지?"…돈만 쓰고 족쇄 남을까 우려

      우리은행 매각의 핵심은 정부의 영향력을 얼마나 최소화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느냐다. 예금보험공사와 우리은행간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는데 정부는 매각 성공 시 이를 즉시 해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매각 ‘성공 기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는 목표한 바와 같이 30% 내외를 성공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에 미치지 않더라도 최소한 과점주주가 인수한 지분이 예보에 남는 지분보다는 많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는 공자위가 결정할 사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보 보유지분(48.09%, 51.06% 중 콜옵션 대상 2.97% 제외) 절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지분만 팔린다면, 인수자로서는 돈은 돈대로 쓰고 족쇄는 그대로 차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상당한 실사 비용을 지출했고 입찰 보증금도 내야 하는 상황에선 발을 빼는 선택을 하기도 쉽지 않다.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예보 지분의 오버행(Overhang) 이슈가 남는다. 정부는 ‘과점주주의 기대 이익에 반하지 않는 방향’으로 처분 계획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매각 후 다시 논의를 거쳐야 하는데 결론을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단 기간에 과점주주 투자회수에 영향을 줄 선택은 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매각제한기간(락업)을 설정하지는 않은 만큼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장기성장성에 대한 신뢰감이 커 단기간에 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은 낮지만, 우리사주조합 보유 지분(약 4.6%)도 잠재 경쟁 매물이다.

      ◇결국은 예정가격 문제로…낮추기도 높이기도 어려운 딜레마

      모든 문제는 결국 매각 가격이 얼마로 결정될 것인지로 수렴한다.

      정부의 매각방안 발표 당시 1만250원 수준이던 우리은행 주가는 한 때 1만3000원을 육박했고 지난 7일엔 1만2450원으로 마감했다. 여전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낮은 수준이라 주가가 장기적으로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투자자로선 20%가량 상승한 주가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인수 열기는 높았지만 단순히 기업가치만 살펴 참여한 곳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정부 역시 예정가격 결정에 골머리를 앓을 전망이다.

      매각 성사를 위해선 예가를 낮춰 많은 투자자를 유치하는 편이 유리하다. 무리하게 예가를 높였다간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다. 사실상 마지막 매각 기회마저 놓지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소수지분 매각에선 50원 차이로 지분 10%를 처분할 기회가 사라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저버릴 수는 없다. 원금 회수를 위한 주당 가격은 약 1만3000원이다. 주가에서 크게 벗어난 선택을 하기도 어렵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 매각을 진두지휘하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정책의 연속성을 지킬 수 있는 경제부총리로 옮긴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남은 사람들이 과연 끝까지 책임 있는 결정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정부가 정말 매각할 의지가 있는지는 예정가격에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