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매각 후 최대주주도 정부…자율경영 시험대
입력 2016.11.14 07:33|수정 2016.11.14 08:29
    정부 영향력 닿을 주주 구성...정부 “자율경영 확실히 보장"
    이사회 구성 및 경영진 인사가 자율성 척도…”과점주주 중심”
    과도기 체제…진정한 자율경영은 정부·과점주주 철수 이후
    • 우리은행이 15년만에 정부의 손을 떠나 민간으로 돌아온다. 민영화 후에도 정부 보유지분이 가장 많은 상황에서 과점주주들이 주도적으로 경영을 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며 불확실성 해소에 나섰다.

      13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IMM PE,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7곳에 우리은행 지분 29.7%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1년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주식 100%를 인수한 후 4번의 실패를 거친 끝의 결실이다.

      ◇과점주주 제 목소리 낼까?…정부 “자율경영 확실히 보장”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이날 낙찰자 선정 결과를 설명하며 과점주주에 의한 자율경영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다음달 매각 완료 후 예보와 우리은행 간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도 해지되면 정부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현 공자위원장은 “예보 보유지분 중 과반을 팔았고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최소한의 역할만 할 것”이라며 “향후 예보의 잔여지분도 매각할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 하지만 정부의 설명에도 과점주주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우려가 적지 않다. 매각 후 예보의 지분율은 21.4%로 줄어들지만 최대주주의 자리는 유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에 은행이 흔들릴 상황이 오면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지적이다.

      과점주주도 정부의 입맛에 맞는 곳들로 구성됐다. 전략적투자자(SI)들은 정부와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시각이 많고, IMM PE는 자체 투자보다는 국내 기관투자가의 창구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과거에도 인수의지가 있는 사모펀드(PEF)나 해외 자본 등이 나타나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했다. 금융회사 위주로 구성된 과점주주들이 경영권을 행사함에 있어 정부 눈치를 보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이사회 구성 및 행장 인사도 과점주주 중심으로”

      과점주주의 경영권이 제대로 행사되는지는 조만간 구성될 이사회와 행장 인사에서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과점주주 중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을 제외한 5곳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사외이사는 다음달 30일 임시주총에서 선임된다. 다음 이사회는 기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6명, 예보 추천 비상무이사 1명 등 9명에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 등 총 14명으로 출범하게 된다. 사외이사 4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면 과점주주의 이사회 장악력은 더 높아진다.

      윤창현 공자위원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해 “3명 이상, 사외이사 과반수 이상이라는 요건에 따라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될 것”이라며 “신임 행장은 임추위를 구성한 뒤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등을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구 현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지만 후임자가 결정되는 내년 3월까지 유임된다. 이 행장은 배당성향 강화, 국내외 투자자 유치 활동, 부실자산 정리 및 수익성 개선, 공격적 영업을 통한 외형 확대 등을 통해 이번 매각 성사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사회가 전략의 연속성을 중시한다면 연임을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 고개를 드는 증권사 인수, 지주사 전환 등 주장에 대해 경영진의 연임을 위한 이슈 선점 성격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자율성 보장돼도 과도기적 체제…진정한 자율경영은 다음으로

      과점주주 중심의 자율경영이 자리를 잡더라도 수 년내 주주구성의 변경이 예정된 상황에선 과도기적 체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진정한 자율경영과 민영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크게 증권사와 보험사, 재무적투자자(FI)로 나뉘는 과점주주들은 자주적으로 경영에 나선다 해도 서로 입장과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SI들은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찾겠지만 FI들은 최대한의 투자회수에 무게를 둬야 한다. 업종이 다른 SI 사이에서도 시너지효과를 내는 방법론에 대한 이견이 나타날 수 있다.

      과점주주들이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도 미지수다. 사외이사를 추천한 곳은 1년, 그렇지 않은 곳은 6개월간의 매각 제한이 있다. 자산운용사를 통한 일부 기업은 우리은행과의 관계를 고려해 참여했지만 최대한 빠른 투자회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I들도 지분 4%와 하나의 사외이사석을 위해 언제까지고 남아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과점주주끼리는 물론 정부도 투자회수를 위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진정한 자율 경영 체제의 완성은 이번 과점주주와 정부 보유지분의 주인이 바뀐 후가 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잔여지분 매각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적자금 회수와 과점주주의 기대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추가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