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으로 되돌아간 현대차 주가…회복 가능할까?
입력 2016.11.15 07:00|수정 2016.11.15 07:00
    주가하락 트리거 된 '한전부지 매입'…지속된 하락세
    환율·판매량 등 기존 변수 외 미래 패러다임 대응 중요해진 완성차업계
    미래 투자 대신 '부동산' 선택 여전히 투자자들에 각인 됐다는 시각도
    • 현대자동차의 위기가 가장 선명히 드러나는 곳은 주식시장이다. 한때 바닥으로 언급됐던 주가 '20만원'은 이제 단기간에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가 됐다.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해오던 시가총액도 5위까지 떨어졌다. 6위인 네이버의 추격에 직면한 상황이다.

      실적 부진이 지지부진한 주가에 근본적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투자자들은 미래 자동차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을 묻고 있지만, 과거 현대자동차의 ‘한전부지 매입’은 여전히 부정적 꼬리표로 남아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시절 3만원대 후반에 그쳤던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2012년까지 7배 이상 가파른 상승을 보였다. 당시 원화 대비 엔화가치의 상승으로 일본 경쟁 완성차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췄고, 미국 시장 판매량 신기록을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도 판매 호조를 보였다. 고점을 보인 2012년에는 장중 주가가 27만원에 달하며 각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도 30만원대 후반까지 제시 됐다.

      첫 위기는 1년 후 진행된 ‘리콜 사태’였다. 당시 브레이크 등 주요 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리콜과 연비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며 평판에 손상을 입었다. 2013년 4월까지 하락이 이어져 주가도 18만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6개월만에 이전 수준인 26만원대까지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횡보하던 주가는 2014년 9월 두 번째 위기를 맞는다. 10조원을 들인 한전 부지 매입이 주가 하락의 트리거였다. 매입 결정 후 약 두달여만에 시가총액 8조원이 증발했다. 과거 2010년도 상반기 수준인 15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차 위기와는 다른 양상이다.

      한 증권사 자동차 연구원은 “리콜 사태는 회사의 대응에 따라 단기 하락으로 끝날 수 있는 이벤트였지만, 한전 부지 매입은 그 현금으로 설비(Capex) 투자를 통해 ROE 개선을 하거나 R&D 투자, 주주환원 확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기업가치 하락으로 직결됐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지 매입 결정 이후 미국·중국시장 판매 악화 등 악재가 겹치며 주가는 회복을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신흥국 판매량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연산 800만대를 달성한 현대자동차는 올해 판매 부진과 파업 여파 등이 겹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의 주주환원정책 등 사업 외 변수에 더 크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결국 투자자들의 기대는 삼성그룹의 사례에서처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의 자사주매입, 추가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에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신흥시장과 중국 등에서 판매량 회복 없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간 주가를 결정지어온 판매량·환율·평균판매단가(ASP) 등 전통적 변수 외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 여부가 끼치는 영향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해외 경쟁사들의 연비 조작 사태와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었던 환율로 실적을 선방했지만, 투자심리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도 유사한 모습이다. 최근 블룸버그는 "세계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기아차의 주식가치가 가장 낮지만 골드만삭스와 블랙록 등 외국인투자기관들은 거리를 두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미국 등 주요시장과 신흥국에서 판매부진·대규모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신차 부재와 함께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현대자동차도 아이오닉 브랜드를 통해 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V) 모델을 출시하고 있고, 계열사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자율주행기술 등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미래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 패러다임에 갇혀있다는 투자자들의 색안경을 해소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실적 전망이 밝지 않은 시기에 미래차 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야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을 택한 전략적 선택은 중장기적으로 현대자동차의 기업가치에 부정적 '꼬리표'로 남겨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