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와 오리온이 만난 CJ E&M, 5년간 ‘색깔’은 어떻게 바뀌었나
입력 2016.11.16 07:00|수정 2016.11.17 11:53
    이미경 부회장 미국 떠난 이후 온미디어 출신 장악
    김성수 단독 대표 체제 이후 정부 사업 적극 참여
    최순실 게이트 이후 조직 물갈이 분위기에 뒤숭숭
    • CJ와 오리온의 만남으로 ‘합병’ CJ E&M이 탄생한 지 5년이 됐다. CJ미디어는 온미디어를 인수합병(M&A)하면서 숙련된 온미디어의 상당수 인력들, 다양한 콘텐츠와 채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상파 중심의 시장에서 주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제공자가 됐다.

      그러는 사이 CJ E&M에서 ‘CJ의 색깔이 많이 빠졌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상파 등으로부터 외부 인사들을 다수 영입한 것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과거 온미디어 출신들의 입지가 한층 견고해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2011년 3월 초대 CJ E&M 대표로 하대중 CJ㈜ 사장이 임명됐다. 하 전 사장은 제일제당 출신으로 제일제당 산하 CJ엔터테인먼트와 그룹 경영지원실, CJ CGV를 거쳤다. 엔터테인먼트 경력이 많기도 하지만 그보다 ‘CJ’ 브랜드 강화, 조직 통합을 위해 선임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 전 사장은 임기를 1년도 못 채웠다. 그 해 10월 김성수 현 CJ E&M 대표가 대표로 임명됐다. 당시 CJ그룹은 “성과와 능력주의 인사 원칙하에 각 직군별로 높은 전문성과 우수한 자질을 보유한 인사를 발탁해 경영진 풀(pool)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제일기획 출신인 김성수 대표는 오리온시네마네트워크, 온미디어 대표이사 부사장 등을 거친, 온미디어 출신 대표주자다. 오리온 출신이지만 이미경 부회장의 복심으로 불리기도 할 만큼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김성수 대표 역시 임기 1년을 못 채우고 물러나야 했다. 김 대표가 온미디어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성과가 부진한 게임 개발업체에 투자를 계속하는 대가로 이 업체의 부사장 K씨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법원은 김 대표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김 대표가 물러날 경우 김 대표쪽 온미디어 출신 간부들이 대거 바뀔 수 있다는 분위기가 탐지됐다. CJ E&M 경영진의 대규모 ‘물갈이’가 예고되기도 했다. 2012년 12월 강석희 CJ제일제당 부사장이 CJ E&M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강 대표 역시 제일제당 입사 후 CJ미디어 대표, CJ CGV 대표를 지낸 미디어 분야 전문가로 분류된다. 김성수 대표의 법정 구속으로 수장 자리의 공백이 길어질 것에 대한 선임이었다.

      그런데 2013년 4월, 김성수 대표는 무죄 판결을 선고 받는다. K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김성수 대표는 CJ E&M 경영고문 직함을 받는다.

      이후 CJ는 그룹 차원의 위기를 맞게 된다. 2013년 5월 검찰이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그해 7월 이 회장은 구속됐다. 같은달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사임 후 CJ그룹으로 와 그룹 경영을 맡는다. 10월에는 이미경 부회장이 퇴진 압박을 받았다. 청와대가 CJ그룹 경영진에 대해 퇴진 압박을 가했다는,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에 대한 보도 내용 그대로다.

      2013년 11월, 무주공산이 된 CJ E&M에 김성수 대표가 복귀했다. 기존 강석희 대표가 여전히 공동 대표로 이름을 올리고는 있었지만 강 대표는 당시 CJ그룹의 경영지원을 총괄하는 등 그룹 업무에 좀 더 치중돼 있었다. 사실상 이때부터 김성수 대표의 단독 대표 체제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2014년에는 노희영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이 CJ E&M을 떠난다. 국세청의 탈세혐의 조사가 들어왔고 곧 사표를 제출했다. 노희영 고문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시절 이미경 부회장을 만났다. 오리온 부사장 출신이지만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과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었고 사실상 CJ 인사로 분류된다. CJ E&M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노희영 고문이 떠나면서 회사는 온미디어 출신들이 다시 장악했다는 후문이다.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사라진 2014년을 기점으로 CJ E&M은 정부의 문화창조산업의 첨병 역할을 맡게 된다. ‘명량’,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보수적 성향을 띤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CJ E&M 본사에는 문화창조융합센터가 자리를 잡았고 또 CJ E&M은 K컬처밸리의 사업자로 선정되며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문화창조융합센터, K컬처밸리 모두 최순실씨 측근 차은택씨와 관련돼 있다. 차씨는 초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맡았다.

      CJ E&M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합병 법인이 출범하면서 CJ그룹 공채 기수를 뽑았지만 상당 수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기존 미디어 인력에 외부 인사들이 들어오면서 CJ의 색깔은 점점 옅어졌다. KBS 출신 PD들이 드라마와 예능 쪽에서 두드러진 영향력을 보였지만 사실상 5년간 온미디어 출신들이 회사를 장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CJ E&M은 김성수 대표가 복귀한 이후 2014년 기조가 바뀌었고, 단독 대표가 된 2015년을 기점으로 정부의 문화융성산업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가 대통령 측근 실세의 이권 획득에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관련 인물들에 대한 물갈이, 그로 인한 조직 개편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