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사업분할로 재무구조 개선·지주사 전환
입력 2016.11.16 14:20|수정 2016.11.16 14:53
    현대중공업 순부채 분할법인으로 이전 예정
    존속법인 조선·해양 부문이 지주사 역할 할 전망
    중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승계작업 고려한 조치로 해석
    • 현대중공업이 6개 회사로 쪼개지며 단기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15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6개 독립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투자 부문은 인적분할하고 그린에너지, 서비스 부문은 물적분할인 현물출자의 방식을 확정했다. 회사는 내년 4월까지 분할을 완료할 계획이다.

      올초 회사가 내놓은 자구안의 마지막 카드로 거론됐던 사업부 분할의 일차적 목표는 재무구조 개선에 있다. 이번 분할로 현대중공업의 순부채(올해 9월 개별기준 7조원대)가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정유 사업부로 각각의 매출에 따라 배분될 예정이다. 회사는 "현대오일뱅크를 자회사로 보유하며 상장시켜 얻는 자금규모와 이번 조치로 부채를 줄이는 규모가 거의 같다"라고 밝혔다.

      이는 중장기적으로는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작업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분할계획을 구체적으로 보면 조선·해양·엔진 부문은 존속회사(현대중공업)로 남고, 전기전자 부문은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가칭), 건설장비 부문은 현대건설기계(가칭), 로봇과 투자부문은 현대로보틱스(가칭)로 각각 인적분할된다. 서비스 부문은 현대로보틱스가 100% 현물출자하고, 그린에너지 부문은 존속회사가 100%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로 분리된다.

    • 분사 이후 로봇·정유 부문이 자사주를 보유하면서 지주회사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자사주와 현대오일뱅크 지분이 로봇·정유 부문에 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향후 정몽준 대주주가 보유하게 될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에너지,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현대로보틱스에 현물 출자하게 될 것"이라며"정 대주주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이 10.15%에서 40%대로 늘어나고 최종적으로 지주사 체제가 완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현대중공업 지분 21.34%와 자사주 13.36%를 보유 중이다. 분할 후에는 최대주주가 로봇·정유 법인을 소유하고 그 아래에 6개 법인을 두는 구조로 개편되는 구도가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결정은 회사의 자원을 적절히 분배하고 비조선 사업법인의 가치를 제고하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현 메리츠종합금융증권 팀장은 "조선·해양·플랜트에 편중된 역량을 기업구조 재편을 통해 합리적으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긍정적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현대중공업의 분할·재상장 결정은 숨겨진 가치를 현실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앞으로 투자자들이 각 사업부의 독립적인 재무 정보를 정밀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분할은 내년에 악화될 조선업황을 고려한 조치"라며 "일각에서 거론되는 지배구조 개편이나 승계작업과 연관짓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