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형 지주사 꾀하는 SK㈜, 올해 배당성향 30% 초과 예상
입력 2016.11.17 07:00|수정 2016.11.17 07:00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 등 신사업 육성 가속화
    “합병 당시 ‘주주가치 제고’ 약속 달성”
    • 사업형 지주회사로의 탈바꿈을 선언한 SK주식회사(이하 SK㈜)가 조금씩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반도체 소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바이오와 제약부문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 SK㈜는 SK C&C와 합병할 때 밝힌 ‘2018년 30%’라는 배당성향 목표를 2년 앞당겨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K㈜가 인수한 SK머티리얼즈는 올 3분기에 매출액 1240억원, 영업이익 406억5000만원으로 사상 최고치의 실적을 기록했다. 분기마다 최대실적을 갱신하고 있고 인수 1년만에 주가는 2배로 뛰었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방 산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업계에서는 SK머티리얼즈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올해 SK에어가스를 인수하고 일본 트리케미칼사와 합작법인(JV) ‘SK트리켐’을 설립, 산업용가스와 프리커서(precursor)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 사물인터넷(IoT)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반도체 소재 분야 역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종합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SK머티리얼즈는 해외 기업들과 추가적인 JV 및 M&A, 그리고 중국 사업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자회사로 승격된 SK바이오텍은 3분기 누적 매출 730억원, 영업이익 2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높은 수치다. 회사 측은 “SK바이오텍의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해 미국과 유럽 주요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회사 영업이익률 평균(15%)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며 “저가 복제약이 아닌 특허권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의 원료의약품을 제조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SK바이오텍은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시작으로 2020년 매출 1조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세종시 명학산업단지에 증설 부지를 확보해 현재 16만리터 생산규모를 2020년까지 80만리터로 확장할 예정이다. SK바이오텍은 완제의약품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유망 업체와의 협력 및 M&A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중추신경계 혁신신약 개발에 집중해온 SK바이오팜은 뇌전증(간질) 신약(YKP3089)이 미국 FDA로부터 약효를 인정받아 뇌전증 신약 중 세계 최초로 임상3상 약효시험 없이 신약 승인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이 출시될 무렵인 2017~2018년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인공지능∙스마트 팩토리 등 ICT융합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IBM과 왓슨(Watson) 기반 인공지능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고, 자체 인공지능 서비스인 ‘Aibril(에이브릴, AI+Brilliant)’을 출시했다. 누구나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판교 클라우드센터에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기본 인프라인 클라우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판교 클라우드센터가 8월 가동됐고 클라우드 서비스 브랜드 'Cloud Z(클라우드 제트)'도 나왔다. 판교 클라우드 센터는 ‘Cloud Z’ 포털의 ‘멀티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판교뿐 아니라 북미, 유럽, 중국, 아태 지역 13개국에 위치한 50여개의 퍼블릭 클라우드 센터의 자유로운 이용을 지원한다. SK㈜는 올해 1월 폭스콘 충칭 공장의 프린터 생산 라인 스마트 팩토리 사업에 착수하며 글로벌 스마트 팩토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향후 충칭 공장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공장 24개 전(全) 생산 라인으로 확대하고 중국 반도체∙LCD∙자동차 부품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6월에는 글로벌 스마트 팩토리 선두주자인 지멘스와 스마트 팩토리 공동 기술 개발 및 사업 협력 MOU를 체결했다.

      시장에선 SK㈜의 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자회사 실적이 개선됐고, SK㈜가 추진 중인 핵심 성장사업들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배당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SK㈜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7363억원을 기준으로 배당성향 26%를 달성했다. 올해는 배당 성향이 3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합병 당시 주주환원 정책이 조기에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작년 3400원이었던 배당금은 4000~4500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기대치다. 통합지주회사 출범 이후 9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등 주주 가치 제고 책을 펼쳐온 SK㈜는 배당성향 확대도 추진해왔다. 지난해 8월 합병 당시 SK㈜는 “배당성향을 2018년까지 30%로 올리겠다”고 약속했고 목표 시점보다 2년 앞서 이행할 수 있게 됐다.

      SK㈜는 신사업 육성뿐만 아니라 잠재력 있는 사업영역에서도 선제적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포트폴리오 전문가인 조대식 사장이 진두지휘한다. 전략적인 지분투자로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이익창출능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올초 지분 투자한 카셰어링 업체 쏘카(SOCAR)이 대표적이다.

      또 SK㈜ 최고경영진은 올해 북미∙유럽 등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열어 글로벌 진출 및 성장전략을 적극 알리고 있다. 해외시장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정확히 이해시켜야 한다는 게 조대식 사장의 생각이다. 국내 시장만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은 성장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SK㈜의 움직임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년대 초 국내에 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130개 넘는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대다수 국내 지주사들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순수 지주사 형태다. 하지만 국내 산업 전반의 성장성이 정체되면서 배당금과 브랜드사용료라는 수익원도 안정적일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워졌다. 자회사 실적만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지속 성장을 꾀하려는 SK㈜의 실험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