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에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지원 규모가 크지는 않다. 시장에 의지만 전달한 셈이다. 대형 IB 육성 방안이 시장에 표류 중인 상황이라 전폭적인 지원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증자는 그동안 초대형 IB 육성 방안에 '급하지 않다'고 했던 한국금융지주의 첫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1년 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에 7300억원을 지원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당시 한국금융지주는 프라임브로커 사업 등 대형 IB업무가 가능한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추기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지원한 바 있다.

시장 역시 감흥이 없다. 지원 규모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들은 "큰 금액을 지원한 게 아니다"라며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만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삼성증권까지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할 경우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대형 증권사 4곳이 시장을 선점한다. 삼성생명이 최근 삼성증권의 자사주를 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하면서 자기자본 규모도 내년 초 4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금융지주가 형식적인 금액의 자금을 지원한 이유는 자기자본 4조원 증권사에 주어지는 혜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에게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하고 외국환 업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발행어음 발행시 레버리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해 건전성 규제 개편이 필요하다. 외국환 업무도 세부 방안을 올해 4분기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정 공백으로 금융권의 의사결정 역시 마비된 상황이다. 특히 레버리지 규제 개편을 위해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고, 외국환업무는 아직 세부방안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 담당 연구원은 "자기자본 4조원 넘어도 현재 상황에선 투자의견을 바꿀만큼 큰 이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실제 증권사들도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주의 증자 이후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이 추가적으로 최소 5000억원을 마련해야 경쟁사와 발을 맞출 수 있다.

다만 실적만으로는 자기자본 확충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올해 한국투자증권의 연간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저조해하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5% 낮은 1770억원에 그쳤다. 증권업 특성상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아 연간 순이익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국투자증권 측은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