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관련 수익 눈에 띄게 감소해
증권사 영업이익, 전년比30% '뚝'
금리 상승 추세 당분간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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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평가이익 파티는 끝났다. 최근 2~3년간 생명보험사와 증권사의 호실적을 뒷받침하던 시장금리가 3분기 들어 반등한 것이다.
이는 곧바로 3분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대선이라는 외부 변수까지 불거지며 생보사와 증권사는 다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
생보사와 증권사는 그간 꾸준히 낮아진 기준금리의 혜택을 봐왔다. 180조원 수준의 채권을 보유한 국내 증권사들은 2014년 6조1500억여원, 2015년 5조2100억여원의 막대한 채권 관련 이익을 봤다. 증권사의 주 수입원인 수탁수수료보다도 30% 이상 많은 규모다.
증권사들은 올 상반기에도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63%에서 6월말 1.25%까지 떨어지며 3조3000억여원의 채권 관련 이익을 냈다.
생보사들은 '만기보유증권' 계정에 쌓아둔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해 금리 하락에 따른 시가평가 이익을 챙겼다. 2014년 하반기 한화생명이 보유 중이던 만기보유증권 12조원 전량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전환한 게 대표적이다.
2014년 상반기 261.4%였던 한화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그해 말 318.1%로 올랐다. 한화생명은 2015년에도 전년대비 1500억원 이상 늘어난 유가증권 평가 및 처분 이익을 바탕으로 당기순이익 규모를 4000억원대에서 50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3분기 들어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계속 미뤄져오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하고 초저금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화하며 시장금리가 일제히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47% 수준으로, 6월말 대비 22bp(0.22%포인트) 올랐다. 국고채 10년물 금리의 오름새는 더욱 가파르다. 최근 1.83% 수준을 기록하며 한달 사이에 20bp 넘게 올랐다. 통안채 1년물은 물론 회사채 3년물과 5년물 등 시장 금리가 전체적으로 오름세다.
9일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일시적으로 강화, 10bp가량 금리가 급락하기도 했지만 이튿날 곧바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계속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생보사와 증권사 실적에도 곧바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양호한 실적을 보여준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은 이익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 동양생명은 저축성보험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 영업 덕분에 전체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채권 운용 이익은 뒷걸음질쳤다.
증권사들은 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상당수 증권사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평균 30%가량 줄었다. 증시 일평균거래대금이 줄며 수탁수수료 수입이 좋지 않았던데다, 더이상 대규모 채권평가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시장 금리는 앞으로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당장 오는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알 수 없게 됐지만, 미국 시장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까닭이다.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인프라 투자를 공언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미국 채권 금리는 더욱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트럼프 당선 당일 21.5bp 올랐다. 다음날에도 10bp 오르며 2.15%를 넘어섰다. 영국 및 독일의 시장금리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국내 시장금리는 미국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금리만 홀로 움직이는 걸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미래에셋대우는 내년 중반까지 국내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2%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보다 40bp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미뤄지며 국내 생보사와 증권사도 평가이익 수혜를 생각보다 오래 봐온 게 사실"이라며 "당분간 2014~2015년 수준의 이익 수준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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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1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