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현대차 최상위 채권등급도 불확실성 직면
입력 2016.11.21 07:00|수정 2016.11.21 16:18
    실적부진 지속·지배구조 개편 부담·파업이슈
    3중고 겪는 현대차에 대한 등급평가 재점검 이뤄질 전망
    • 현대자동차의 달라진 위상은 국내 신용평가업계를 비롯한 채권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는 수년간 초우량 신용등급(AAA)을 기반으로 견고한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뚜렷해진 국내외 실적부진으로 신용등급 유지 가능성을 두고도 채권 투자자들의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는 SK텔레콤과 함께 국내 신용등급 중 최상의 등급인 AAA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올 6월말 기준으로 19조원대(자동차 부문)까지 달한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기반으로 채권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초우량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포스코가 AAA등급의 지위를 상실하면서 현대차의 위상은 한층 견고해지는 듯 했다.

      지난해 중반을 기점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국내외 판매량은 좀처럼 늘지 않았고 회사는 수익성을 끌어올릴 만한 별다른 카드를 계속해서 꺼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채권시장에서 현대차의 등급 유지 가능성을 놓고 불확실성을 거론하는 이는 없었다.

      '믿었던' 현대차의 근본적인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조심스레 언급되기 시작한 시점은 올 상반기를 지나고 나서다. 실적 감소세가 돌아서질 않고 여기에 재계 주요 화두가 지배구조 개편이 되면서 현대차의 사업·재무적 부담감도 한층 가중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올 3분기에는 파업이라는 일시적인 악재가 더해지면서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 국내 신용평사들도 이에 분주해진 모습이다. 이들은 현대차가 초우량등급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구조적인 전환점에 놓인 상황인지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만약 현대차의 현재 실적감소세가 구조적인 문제로 판명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회복책이 분명하지 않다면 등급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현대차의 사업이 견고한 모습이나 글로벌 시장 영업여건이 뚜렷하게 악화되고 있고 내수 시장에서 안전판이 될만한 요소들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어 시각에 따라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미묘하게 엇갈릴 수 있는 시기"라고 밝혔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도 "대내외 여건 악화로 인해 실적이 부진하지 않은 업종이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러한 환경이 현대차의 실적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자들의 현대자동차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불안감은 실제로 최근 회사가 발행한 채권발행 과정에서 엿볼 수 있었다. 최근 5년 만기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현대차의 첫 채권 투자자 모집과정(수요예측)에서 초과수요가 불과 200억원에 그친 것이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들은 금리요인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AAA등급 5년 만기 채권의 금리수준이 1% 중반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제시한 10bp(1bp=0.01%포인트)의 금리밴드 최상단은 투자매력도를 상당히 떨어뜨렸다.

      불안감이 가미된 것이 아니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금리요인이 큰 영향을 끼쳤겠지만) 현대차를 둘러싼 실질적인 불확실성이 아닌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투자를 결정짓는 추가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