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찬성 힘입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도 성공
갤노트폭발 후 위기 맞은 삼성…이재용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공정위 '중간금융지주'법안 추진 발표…삼성그룹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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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삼성그룹의 자본시장 활동도 재조명 받고 있다. 어쨌든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됐고, 다른 그룹과의 '빅 딜'(Big Deal)과 면세점 사업 등이 착착 진행됐다.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瓦甁)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일선에 나섰다. 삼성SDS와 옛 제일모직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며 지배구조의 개편을 시작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한화와 롯데그룹에 주요사업부를 매각하며 사업구조조정 또한 속도를 냈다.
과감한 M&A 추진을 비롯해 지난 2년 6개월동안 굵직한 사건들이 이재용 부회장 주도로 처리되면서 "승계 작업의 일환이다" "정부의 방관이 이를 도와줬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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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과 한화의 방산·화학부문 M&A…무난했던 공정위 심사
이재용 체제 돌입 이후 삼성그룹의 자본시장에서 활동은 활발했다. 2014년 말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기업공개(IPO)는 대형 거래에 목말랐던 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분가치 기준 약 4조원에 가까운 그룹승계를 위한 자금마련을 할 수 있었다.
삼성SDS가 상장을 마치고 제일모직이 상장을 앞두고 있을 즈음 삼성은 한화그룹과 방산 대규모 M&A를 추진했다. 삼성테크윈(現 한화테크윈), 삼성탈레스(現 한화탈레스), 삼성종합화학(現 한화종합화학), 삼성토탈(現 한화토탈) 등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매각금액은 1조9000억원이었다.
거래 발표 이후 일부 화학품목에서 시장점유율이 50%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큰 문제삼지 않았고 일부 시정조치를 포함한 '조건부승인'을 결정을 내림에 따라 삼성과 한화는 무사히 거래를 마칠 수 있었다.
이같은 대규모 M&A가 추진되고 있을 당시, 삼성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사로 오르게 된다. 2달 후 당시 대한승마협회 회장이던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는 임기를 2년 남기고 돌연 사임했다. 비선실세로 불리던 정윤회씨의 승마협회 외압의혹이 불거진 시점이었다. 한달 후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승마협회회장 자리에 올랐다. 삼성그룹이 2010년 승마단을 해체한지 5년여 만이다.
◇ 국민연금 힘입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진통 끝에 "성사"
지난해 중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을 발표한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인식됐다.
발표 직후 삼성물산의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즉각 반대의사를 밝혔다.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상당히 과소평가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로 2013년 말, 삼성물산의 새 경영진이 취임한 이후 실적은 침체하고 주가는 하락했다. 합병발표시점의 제일모직과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식 1주당 제일모직 주식 0.35주였다. 합병발표 1년전 삼성물산의 가치는 제일모직보다 비슷하거나 높았지만 1년만에 역전됐다.
엘리엇은 법원에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와 삼성물산이 백기사로 초청한 KCC에 대한 자사주 매각 등 두건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엘리엇으로부터 촉발된 합병 비율에 대한 의구심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반대 여론을 일으켰다. 세계 최대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라스루이스도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합병의 열쇠는 지분 11.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쥐고 있었다. SK㈜와 SK C&C 합병에 반대한 국민연금이 비슷한 구조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물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초미의 관심이었다. 국민연금의 의중에 따라 합병의 성사여부가 결정될 전망이었다.
시장의 관심과 달리 국민연금의 의결과정은 간단했다. 국민연금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열리지 않았고,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주재로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합병에 대한 찬반여부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면담을 통해 합병 추진배경과 합병 후 비전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 즈음 김신 삼성물산 대표는 "국민연금에 성실히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할 경우 합병안이 통과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을 정도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주총에서 결국 국민연금은 삼성의 손을 들어줬고,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공정위도 기업결합신고에 문제삼지 않으며 합병을 승인했다. 삼성물산의 주주총회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7명이 단독으로 만난 지 2달여 만이었다.
◇ 이재용 부회장 검찰조사, 대규모 M&A…중간금융지주 도입은 '과제'
공정위의 합병 승인 직후인 2015년 9월, 대한승마협회는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실 소유주인 비덱스포츠(옛 코레스포츠)를 스포츠 컨설팅업체 회사로 추천하고 회장사인 삼성이 35억원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다음달엔 삼성이 125억원을 출연한 미르재단이, 이듬 해 초 삼성이 79억원을 출연한 K스포츠재단이 설립됐다. 검찰은 현재 삼성의 지원 경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8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7의 폭발사고가 발생, 단종하게 되면서 삼성은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올해 9월, 이러한 위기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사태 수습을 위해 법적 책임을 지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된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과 독대한 것이 드러났고 결국 지난 13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검찰조사 이튿날 삼성전자는 미국전장기업 하만을 80억2000만 달러, 우리 돈 약 9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M&A를 전격 발표했다. 거래 종결까진 10개월가량이 남아있다.
올해 말에 삼성은 또 한번 대규모 IPO를 추진한다. 11월 국내 증시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상장이 선택지에 포함된 것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이 논란이 되면서 여론이 악화한 지난해 말 경이다.
삼성그룹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 가능성은 시장의 관심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는 탓에 금융사로만 구성된 금융지주회사를 일반지주회사 아래 둘 수 있게끔 하는 '중간금융지주사' 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일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는 국정과제의 일환"이라며 "연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담은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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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2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