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를 애플에 매각?…시장 답답함 드러낸 ‘해프닝’
입력 2016.11.25 07:00|수정 2016.11.28 19:24
    때 아닌 M&A 이야기에 주가 반응
    업계 매각 가능성 희박, 다만 'LCD' 놓고 명확한 방향 요구
    기관 투자자들 내년 이후 업황에 주목
    • LG디스플레이가 때아닌 매각설에 휘둘렀다.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애플(Apple)의 LG디스플레이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주가가 일부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 반응을 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매수자인 애플 입장에서도, 매도자인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그간 펼쳐온 전략과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런 매각설이 성사되기 어려운 딜(Deal)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에선 이번 해프닝을 두고 지금 LG디스플레이의 전략에 대한 '답답함'이 드러나는 사례로 보고 있다.

      지난 16일. 해외 IT 투자 정보 사이트 벤징가를 통해 애플의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를 통한 참여, 애플의 전격적인 인수 가능성이 담긴 내용이 언급됐다. 이에 LG디스플레이의 장중 주가는 4% 가까이 상승했다. 노무라 증권도 17일 “LG그룹에 M&A 시기가 무르익었나”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M&A 이슈가 언급되며 LG디스플레이의 주가가 소폭 상승하고 있다”라며 “삼성의 하만 인수 사례처럼 수십조 현금을 보유한 애플·대만 홍하이 그룹·중국 패널 제조업체 등이 잠재 매수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당장 M&A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이다.

      애플은 그간 여러 부품업체와 공급계약을 맺은 뒤 경쟁을 통한 단가 인하 전략을 펼쳐왔다. 수직계열화와 정반대의 전략을 펴 수익성을 끌어올려온 상황이다. 이로 인해 LG디스플레이를 전격적으로 인수할 명분은 없다는 설명이다. LG그룹도 LG전자 등 기존 계열사가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매년 연간 5조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해온 LG디스플레이를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실제 애플이 디스플레이 업체를 인수한다 해도 안정적인 OLED 패널 확보가 목적일 텐데, 차라리 그 목적이면 조금 더 가벼운 JDI를 인수하지 세계 1위 수준의 LCD사업을 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인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과거 외부압력에 의해 LG반도체를 SK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에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디스플레이 사업 투자에 나서 돌파구를 찾았지만, 현 상황에선 디스플레이를 매각한다 가정하더라도 그 돈으로 어떤 산업을 꾸려갈지 명확한 방향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모바일용 중·소형 OLED로의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애플로부터 선수금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점이 인수 이야기로 확대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향(向) 디스플레이 공급을 위한 2조원 규모 증착장비 대금을 내년 7월과 10월 두 차례 지급하기로 계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애플이 이 대금을 선수금 형태로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과거에도 낸드 반도체 분야 투자금 확보가 시급했던 SK하이닉스가 애플로부터 선수금을 통해 투자금 조달을 해결한 사례도 존재한만큼 계약상 거래일 것이란 분석이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구글의 LG전자 MC사업본부 인수·조인트벤처(JV) 설립 설(說)이 돌면서 장중 주가가 14%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그때도, 지금도 각 사업부의 미래에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이 같은 해프닝을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제 중국과의 경합이 시작될 ‘LCD’를 어떻게 꾸려갈 지 명확한 답을 내려야할 시간이 됐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여전히 일부 설비의 전환투자를 통한 LCD와 OLED를 병행 전략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분야에선 설비를 매각하거나 중국업체로의 지분투자를 통해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OLED 육성에 ‘올인’한 점과 대비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10.5세대 이상 LCD 생산설비 완공도 점차 가까워지면서, 경쟁 심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시장 분위기도 이전 같지 않다. 올해까진 발행 마다 초과 수요를 불러 증액 발행에 성공했던 LG디스플레였다. 다만 최근 들어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은 LG디스플레이의 내년 이후 사업 업황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당장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LCD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부문에서 독점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LG디스플레이는 파주 신공장에 LCD 10.5세대를 투자할지, 대형 OLED 설비를 투자할지 방향도 모호하고 자금조달까지 빠듯해지는 상황이다 보니 애플과 가까워 진다는 ‘루머’수준의 이야기만으로도 시장에서 일부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장열 골든브릿지증권 디스플레이 담당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의 적극적인 M&A 행보와 대조적으로 주력사업 부진에 허덕이는 LG그룹도 사고의 혁신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그룹 안팎에 의견이 펼쳐지는 상황"이라며 "이런 의견에 대해 그룹이 어떤 고심을 하는지 궁금증 차원에서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